인공지능(AI) 채팅로봇(챗봇) 투자를 두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고심하고 있다. 챗GPT에 대항해 AI챗봇 ‘바드’를 시장에 선보이긴 했지만, 이를 자사 검색엔진인 구글에 접목하려면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존 헤네시 알파벳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바드를 활용해 사용자 질문에 대답하려면 기존의 키워드 검색방식보다 비용이 10배 이상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세 조정’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는데 최악의 경우 2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AI챗봇을 통한 잠재적 광고 수익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 탓에 자칫 알파벳 전체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알파벳이 벌어들인 순수익은 600억달러(약 77조원)다.
모건 스탠리는 구글이 바드를 활용해 검색엔진을 운용하려면 2024년까지 최소 60억달러를 들여야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구글은 총 3조3000억건의 사용자 검색을 처리했다. 이중 절반을 AI챗봇이 50자 내외의 답변으로 처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나온 계산이다. 사용량이 폭증하거나 답변 내용이 길어질 경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쓰고 전기 많이 먹는 AI챗봇…기존 ‘키워드 검색’ 대비 50% 이상 비싸
다른 IT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챗GPT를 출시해 전 세계적인 AI챗봇 열풍을 이으킨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적절한 시점에 유료화를 해야겠다”며 챗GPT 구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눈물 날 정도”로 비싸다고 했다. 챗GPT 검색 1회당 답변 비용은 2센트 정도(약 250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오픈AI는 챗GPT 출시 2개월 만에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다.
검색엔진 사이트 ‘유닷컴’의 CEO 리차드 소처 역시 AI챗봇을 자사 응용프로그램에 추가하려면 비용이 기존 대비 30%에서 최대 50%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구글 내부 관계자는 이마저도 AI챗봇의 성능과 효율, 사용자 이용률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이처럼 AI챗봇을 운용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답변 방식이 기존의 검색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AI챗봇은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인터넷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자 질문에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대답한다.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 키워드에 대해 관련된 홈페이지 링크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상술해주는 형태다.
이러한 AI 기반 검색처리 과정은 우리 뇌가 신경망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과정과 비슷해 ‘추론’(inference) 이라고도 불린다. 정보 목록에서 사용자의 검색 키워드를 ‘스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컴퓨팅(연산)을 해야한다. 따라서 AI챗봇은 기존의 검색엔진에 비해 고성능의 직접회로(IC)를 필요로 하며 보다 많은 전기를 소모한다.
◇MS, 검색엔진 빙에 챗GPT 탑재해 구글 ‘맹추격’…검색시장 1위 지키려면 투자해야
그러나 알파벳은 천문학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AI챗봇 바드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달 초 챗GPT를 자사 검색엔진 ‘빙’(Bing)과 결합한 차세대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MS는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 1위인 구글(91%)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이다. MS가 오픈AI에 투자한 규모는 지금까지 1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바드는 챗GPT와 비교했을 때 답변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S의 추격에 당황한 구글이 지난 8일 기존에 개발했던 언어 생성 프로그램 ‘람다(LaMDA)’를 부랴부랴 개량해 바드를 공개했는데 홍보 영상에서조차 부정확한 정보를 제시했다. 이로 인해 알파벳 주가가 전날보다 7%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는 AI챗봇 운용에 대해 앞으로도 각 IT기업 차원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에 이를 올바른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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