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우크라戰 ‘우군 만들기’ 총력
바이든, B9 정상에 ‘자유수호’ 강조… 푸틴, 中왕이에 국가수반급 예우
“양측 행보, 외교협상 어렵게 만들어 전쟁 장기화 부추긴다” 지적도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우군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양측의 이런 행보가 평화협상 같은 외교적 돌파구를 어렵게 만들어 전쟁의 장기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년간 거리를 두는 듯했던 중국이 부쩍 러시아와 밀착하며 미국에 맞서겠다는 뜻을 보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CNN은 중국이 미국의 군사역량 약화, 서방 균열,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 약화 등을 노리고 러시아를 지원한다고 진단했다.
● 바이든, 동유럽 정상 만나 “자유” 강조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9개국 안보협의체 ‘부쿠레슈티 나인(B9)’ 정상을 만나 “B9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 체제의 최전선”이라며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동유럽 또한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토의 집단방위 규정 ‘조약 5조’를 언급하며 “미국의 신성한 약속”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틀 전 방문한 우크라이나를 두고도 “자유를 수호하는 한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에서는 “자유보다 소중한 단어, 고귀한 목표, 높은 열망은 없다”며 러시아에 맞서는 것이 ‘자유 수호’라고 강조했다. B9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다음 해인 2015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결성됐다. 옛 소련의 압제에 시달렸으며 우크라이나 다음은 자신들이 될 수 있다는 공통의 공포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와 밀착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강화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차관보는 22일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제재를 위반하는 중국 기업 및 개인을 겨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다.
CNN은 “2년 차를 맞는 전쟁의 최대 과제는 군수 조달”이라며 “비축량이 줄고 있는 무기 및 탄약의 공급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도전”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전체의 탈환 없이는 평화협상이 불가능하다”며 서방의 전투기 지원을 호소하고 있어 외교 해법을 통한 전쟁 종식이 쉽지 않은 상태다.
● 푸틴, 왕이 격한 환영… 애국 콘서트에도 등장
푸틴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예방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기다린다. 양국 협력은 국제정세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 또한 “두 나라는 제3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제3자의 협박은 더더욱 수용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은 부총리급인 왕 위원을 두 팔을 벌려 맞이했을 뿐 아니라 바짝 붙어 앉아 국가 수반급으로 예우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평화를 당부하러 모스크바를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는 5m의 타원형 탁자 양 끝에 떨어져 앉았다. 영국 BBC가 “의도적이고 상징적인 행위”라고 평한 이유다.
북한도 전쟁 1년을 맞아 러시아를 거들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국제문제 평론가 김유철 명의의 글을 통해 전쟁을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며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24일경 러시아와 노골적으로 밀착하는 중국이 내놓을 평화협상안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중국에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에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국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그가 “러시아 군인이 영웅적으로 싸워 자랑스럽다”고 하자 수만 명의 관중이 “푸틴”과 “러시아”를 연호했다. 전쟁 장기화에 지친 국내 여론을 무마하려는 전형적인 선전선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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