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 계속]
소비-생산물가 상승률 예상 웃돌아… 강력한 경제지표에 인플레 적신호
내달부터 3차례 연속 인상 전망 “2%대 물가상승률 도달까지 긴축”
‘미국 경제는 경제지표로 보면 탄탄하지만 인플레이션 안경을 쓰고 보면 위험하다.’
현재 미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와 같다. 강력한 미 경제지표에 인플레이션에는 적신호가 켜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조기에 멈출 이유도 없어졌다. 22일(현지 시간) 공개된 2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인사들은 3월 추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너무 빠른 동결이나 인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뜨거운 美경제에 긴축 장기화 시사
이달 1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FOMC 회의 직후 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에 주목했다. 당시 금리 인상 행진을 3월로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3일 발표된 1월 미 실업률이 3.4%로 54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난 데다 신규 고용건수가 51만7000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30만 건 이상 상회했다. ‘고용 블록버스터’란 말이 나온 이유다. 이어 13일 발표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6.4%로 시장 예상치(6.2%)를 웃돌았고, 15일에는 미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3% 급증하며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다음 날은 미래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7%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고용, 물가, 소비 등 모든 면에서 미 경제가 예상보다 뜨겁다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커트 랭킨 PN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이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은 5%대 중반 금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6월까지 3회 연속 0.25%포인트를 올려 미 기준금리가 현재 4.5∼4.75%에서 5.25∼5.50% 이상이 될 가능성이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한 달 전만 해도 4% 수준이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전망한 올해 최종금리 중간값인 5.0∼5.25%보다도 높아졌다.
연준의 금리 인상 장기화를 시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월 저점인 3.37%에서 22일 기준 3.92%로 뛰었다.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73%를 찍었다.
● 연준 인사들 “멈추지 않는다”
연준 고위 인사들은 꿈틀대는 미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며 2%대 물가상승률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인 긴축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준 내 대표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미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미 기준금리를 5.38%(5.25∼5.50%)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불러드 총재는 3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연준 내 3인자이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최측근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이날 자체 행사에서 “연준은 2% 물가상승률 목표에 절대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 블록버스터’ 지표가 나온 직후 한 대담에서 “물가 목표 도달은 험난하다”며 “예상보다 강한 미 경제 지표가 계속되면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 경제의 연착륙이나 무착륙(침체나 둔화 없이 계속 고공 비행)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소비가 계속해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5%대 금리를 오래 유지하면 소비가 흔들리며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대표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고소득 소비자들이 저렴한 월마트로 넘어오고 있다”며 올해 소비 둔화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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