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위스 수교 60주년]디자인에도 녹아든 혁신 DNA
공용어 4개 소통위해 디자인 발달
아름다움은 물론 실용성까지 갖춰
스위스는 공용어만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 등 4개인 나라다. 정확한 소통을 위해 단순하고 명확한 시각적 디자인이 발달했다. 스위스의 기업들 역시 ‘미니멀리즘’을 구현하면서도 다양한 디자인을 위해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것으로 손꼽힌다.
버려지는 트럭 천막을 업사이클링하는 것으로 유명한 패션기업 ‘프라이타크’가 가장 대표적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공장에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세밀하고 환경친화적인 생산 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재단한 원단 조각들을 봉제하는 공정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포르투갈,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에 있는 협력공장에서 해결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적 특성을 활용해 42만 L 규모의 빗물저장소에 빗물을 모아 트럭 천막을 세탁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다시 재활용한다.
공장 한쪽에는 유럽 각국에서 도착한 ‘수선 의뢰’ 상품이 쌓여 있었다. 한번 만들어진 제품은 모든 부분을 평생 수선할 수 있게 디자인 됐기 때문이다. 엘리자베트 이세네거 프라이타크 홍보본부장은 “버려지는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모든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며 “제품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수선과 폐기까지 먼저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의 모듈형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디자인가구기업 USM 역시 ‘평생 쓸 수 있는 가구’를 철학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프레임과 패널로 다양한 용도와 형태를 구성할 수 있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해마다 새로운 ‘트렌드 컬러’와 디자인이 쏟아지는 시장에 휩쓸리는 대신, 오히려 유행을 거부하고 1961년 창업 이후로 변치 않는 ‘14가지 컬러’만을 활용한다는 게 특징이 됐다. 알렉산더 셰러 최고경영자(CEO)는 “아이가 자라면 어렸을 때 쓰던 가구의 모듈을 재조립하거나 확장하며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 디자인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용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잔예술대(ECAL·에칼)가 로잔연방공대(EPFL)와 함께 진행하는 제조업과 디자인의 맞춤형 협업 플랫폼 ‘디자인으로 만들다(Enabled by Design)’는 디자이너와 기업가를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실에서 고안된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2020년 출범한 뒤 이미 70여 개의 협업을 통해 제품이 탄생했다. 의료기기부터 미술품용 카메라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다프나 글라우베르트 에칼 전략기획관리자는 “디자인은 기술 스타트업들이 데스밸리(창업 초기에 겪는 어려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기술과 예술의 협업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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