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서 난민선 침몰, 어린이 포함 최소 59명 사망…멜로니는 브로커 탓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21시 12분


상원, 사고 3일 전 난민 구조 제한하는 법안 통과시켜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 쿠트로 인근 해변에서 이탈리아 적십자 자원봉사자들과 해안 경비대원들이
 난민 선박 난파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3.02.27 쿠트로=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 쿠트로 인근 해변에서 이탈리아 적십자 자원봉사자들과 해안 경비대원들이 난민 선박 난파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23.02.27 쿠트로=AP/뉴시스
이탈리아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어린이 12명 등 최소 59명이 숨졌다. 최근 난민 구조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킨 조르자 멜로니 내각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정치인으로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집권 전부터 반(反)이민, 반이슬람 등을 주창해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등으로 불렸다.

2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남서부 칼라브리아주 스테카토 디쿠트로 인근 해안에서 200명 이상의 난민을 태운 목선이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27일 기준 59명이 숨졌고 81명이 구조됐다. 사망자 중 12명은 생후 몇 개월로 추정되는 신생아, 쌍둥이 등 아동이다. 실종자 또한 최소 60명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난민 대부분이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며 22일 튀르키예(터키)를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밀입국 브로커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에서 난민을 배에 태운 브로커들을 ‘인신매매범’이라고 규정하며 “이들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사망한 것에 깊은 슬픔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3일 전인 23일 이탈리아 상원에서 난민 구조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통과되는 등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은 개별 구호단체의 구조 활동을 단 1회 허용했고, 어기면 최대 5만 유로(약 7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간 ‘국경없는의사회’ 등이 해안에 며칠간 머무르며 수차례 구조를 한 후 난민들을 모아 입항을 요청했다는 점을 노렸다. 이탈리아는 지난달에도 ‘국경없는의사회’ 측의 입항 요청에 100시간 떨어진 항구를 배정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UN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의 유럽행이 본격화한 2014년 이후 지중해 중부에서만 1만7000명 이상의 난민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올 1, 2월 사망자만 최소 220명이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주민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유럽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범유럽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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