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반대 그림 그린 러시아 초등생 고아원行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2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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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초등학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그림을 그린 12살 딸의 아버지가 체포되고 딸은 고아원에 보내졌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모스크바에서 240km 정도 떨어진 툴라 지방 예프레모프에 사는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3)가 반복된 러시아군 모욕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6학년생 딸 마샤 모스칼료바가 지난해 4월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문제 삼아 가택 수색을 벌이고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조사한 끝에 아버지를 체포했다. 모스칼료프는 최대 3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딸 마샤는 선생님이 전선에서 싸우는 러시아군을 기리는 그림을 그리도록 주문했으나 러시아군 미사일이 자식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선 우크라이나 여성과 우크라이나 국기, “전쟁 반대”라는 문구가 담긴 그림을 그렸다.

마샤의 선생님이 즉시 교장에게 보고했고 교장이 당국에 신고하면서 연방보안국(FSB)이 수사에 나섰다.

모스칼료프의 소셜 미디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희화화한 커리커쳐와 우크라이나 지지 발언이 발견돼 425 달러(약 56만 원)의 벌금형이 부과됐다. 러시아군 병사들을 침략 “범죄자”로 표현한 글 때문이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수사 당국이 새로 제정된 군대 비난 방지법 위반혐의로 모스칼료프를 다시 기소했다. 모스칼료프는 수사관들이 가택을 수색하고 예금을 압류했으며 심문 도중 구타했다고 밝혔다. 모스칼료프가 홀아버지인 때문에 딸 마샤는 고아원에 보내졌다.

러시아에선 전쟁지지 강경파들이 작전 실패와 관련 군대를 비난하는 것은 허용되나 전쟁 중단을 주장하는 사람은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마샤 외에도 아이와 부모가 처벌된 많은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서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재블린 성자” 그림을 올린 10살 여학생을 교장이 당국에 신고하면서 딸과 어머니가 조사를 받았다. 성모 마리아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같은 달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군인들에게 사람을 죽이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썼다가 제재를 당했다.

지난해 3월에는 모스크바의 초등학교 6학년이 역사 선생님에게 푸틴이 왜 전쟁을 일으켰냐고 질문했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한편 러시아의 반전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의회에는 형량을 최대 15년까지 높이는 법안이 상정돼 있으며 이달 중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반전 견해와 시위로 기소된 사람이 447명이다. 하루 1명 이상 꼴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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