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반대’ 그림 그린 러 초등생, 父 체포돼 고아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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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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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그림을 그린 러시아 소녀(왼쪽)와 구금된 그의 아버지. 트위터 ‘@brewerov’ 갈무리
전쟁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그림을 그린 러시아 소녀(왼쪽)와 구금된 그의 아버지. 트위터 ‘@brewerov’ 갈무리
우크라이나와 1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한 초등학생이 미술 시간에 전쟁을 반대하는 그림을 그렸다가 아버지가 체포돼 고아원에 보내졌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41㎞ 떨어진 툴라주의 한 마을 예프레모프에 사는 알렉세이 모스칼료프(53)는 이날 반복된 러시아군 모욕 혐의로 구금됐다. 수사당국은 알렉세이의 딸 마샤 모스칼료바(12)가 지난해 4월 학교에서 그린 그림을 문제 삼아 가택 수색을 벌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조사한 끝에 알렉세이를 체포했다.

마샤가 다니던 학교에선 작년 4월 학생들에게 최전선에서 싸우는 자국 군인들을 격려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그러나 마샤는 러시아 미사일로부터 어린아이를 보호하는 우크라이나 여성의 그림을 그렸다. 또 ‘전쟁 금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같은 반전(反戰) 구호도 그림에 넣었다.

마샤의 미술 교사는 즉각 이 사실을 교장에게 알렸고, 교장이 당국에 신고하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수사에 나섰다. FSB는 마샤와 알렉세이를 심문하는 한편, 알렉세이의 SNS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희화화한 캐리커처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댓글을 발견했다. 앞서 알렉세이는 러시아 군인을 ‘가해자’라고 지칭해 약 425달러(한화 약 55만7000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2월 제정된 군대 비난 방지법에 따라 알렉세이는 다시 기소됐다. 그는 수사관들이 가택을 수색하고 예금을 압류했으며 심문 도중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알렉세이는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홀로 딸을 키우던 알렉세이가 구금됨에 따라 딸 마샤는 국영 고아원에 보내졌다. 알렉세이의 변호인은 “마샤는 아버지의 운명이 결정될 때까지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며 “알렉세이의 유죄 판결 시 마샤를 맡아줄 친척이 없다면 고아원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반전 입장을 밝혔다가 곤욕을 치른 사례는 마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에서는 SNS 프로필 사진으로 ‘재블린 성자’ 그림을 올린 10살 여학생을 학교장이 당국에 신고하면서 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조사를 받았다. 성모 마리아가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상징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같은 달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은 군인들에게 ‘사람을 죽이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썼다가 질책을 받았다. 또 같은해 3월에는 모스크바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역사 선생님에게 ‘푸틴이 왜 전쟁을 일으켰냐’고 질문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Info)’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최소 544명의 미성년자가 반전 시위로 구금됐으며 현재 7명의 미성년자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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