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흑인 민권운동 성지 셀마 방문, 투표권확대 재연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6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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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앨러배마주 셀마를 방문해 ‘피의 일요일’ 58주년을 맞아 수 천명이 모이는 연례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흑인) 투표권 문제 등에 대해 흑인 민권운동가들을 향한 직접 대화에 나섰다고 AP,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피의 일요일은 1965년 3월 7일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참정권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수많은 흑인들을 경찰이 무력으로 강경 진압했던 유혈사태의 기념일을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흑인 투표권 확대 입법 등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피의 일요일’의 의미를 다시 강조하면서 역사는 지울 수 없다는 것, 지금은 투표권 문제가 경제 정의 및 흑인 민권운동의 주요 접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직접 신세대 민권운동가들에게 말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올 해 대통령의 방문은 인구 1만8000명의 소도시 셀마가 최근 1월에 이 곳을 강타한 2급 토네이도의 피해로 거의 완하된 후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현지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특히 바이든대통령이 연설할 연단 주변의 가옥들도 모두 폭풍에 지붕이 날아간 상태이며 반쯤 무너진 재건 불가능한 집들에는 빨간 페인트로 “철거”( tear down)란 단어가 써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셀마의 시민단체 ‘빈민 운동’ (Poor People‘s Campaign)의 공동대표 윌리엄 바버 목사는 대통령과 의회를 향한 공개 서한에서 투표권확대 입법을 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고인이 된 존 루이스, 호세아 윌리엄스 같은 흑인 민권운동가의 활동을 기리는 과거에 대한 기념행사에 와서 공허한 상투적 치사를 늘어놓을 게 아니라 흑인 투표권에 대한 입법을 실현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셀마의 투쟁 이후 흑인투표권이 의회를 통과했던 것은 흑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대통령이 이 점을 강조하기 원한다. 흑인 투표를 막는 것은 흑인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해치는 것이라는 것을 재확인 해주기 바란다”고 바버 목사는 말했다.

당시 600명의 평화적 시위대를 경찰이 짓밟았을 때 주도자인 루이스는 나중에 조지아주 의회의 하원의원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셀마에서 주도 몽고메리까지 도보로 행진하면서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희생되었다.

당시 경찰의 폭력장면이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운동이 일어났고 며칠 뒤에는 흑인민권운동의 지도자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미국의 정치사를 반전시킨 ’화요일의 대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 장벽과 교량까지 행진하며 구호와 기도를 계속했다.

당시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1965년 ’피의 일요일‘ 8일 뒤에 “투표법”을 제정했고 의회 연설에서 셀마가 미국 역사를 단번에 뒤집은 역사적 장소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캠페인 당시 흑인투표권의 확대와 대대적인 보호를 공약했다. 이 법안은 불공평한 선거법을 고치고 부유한 기부자들이 익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지 못하도록 투명한 선거자금 관리법을 도입시켜 취약계층과 흑인 유권자들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해 입법에 실패했다.

지금은 하원의 다수를 공화당이 점유하고 있어 이 입법안의 통과는 더욱 어려워졌다.

’피의 일요일‘ 당시 대학생으로 행진에 참여했던 헤리엣 토머스(76)는 “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야 그가 나라를 위해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방문을 앞두고 셀마 중심가에 모인 수백 명의 지지자들 가운데에는 당시 흑인 시위에 참가했던 노인들이 많았다. 버밍검의 보건의료 종사자로 은퇴한 들로레스 그레셤(65)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타나기 4시간 전부터 손주들과 함께 맨 앞줄에 서서 기다렸다며 “ 대통령의 말을 직접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그 날의 역사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년전 ’피의 일요일‘에도 이 곳에 오지는 않았지만 영상녹화 연설을 통해 기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날투표권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유권자들은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에는 연방기관이 유권자 등록을 확대하고 유권자에게 선거 정보 배포를 위한 계획을 20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하며, 정부의 선거 관련 홈페이지에 대한 개편을 추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시민인권운동 단체 ’인권과 민권에 관한 지도자회의‘(Leadership Conference on Civil and Human Rights )가 3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각 기관과 공무원들은 바이든의 행정명령에 따른 투표권 문제 회의 소집을 아직까지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는 유권자 등록에 관한 여러가지 제약을 폐기하는 이 행정명령 내용이 실현되지 않으면 해마다 약 350만명의 유권자가 누락되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포함되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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