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히잡 반대는 반국가 행위”
미착용 여성 늘자 다시 엄벌 예고
여학교 노린 독가스 테러 급증에
하메네이 “의도적 공격이면 사형”
히잡 의문사에 반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반년째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란 당국이 한동안 느슨했던 히잡 단속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신정(神政)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는 반정부 시위대 수만 명을 사면하고, 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되는 여학교 대상 독가스 테러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반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6일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히잡을 반대하는 행위는 이슬람공화국과 그 가치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와 행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겠다”며 엄벌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16일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는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이른바 ‘도덕 경찰’에 끌려가 숨졌다. 그의 의문사 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자 당국은 시위를 강경 진압했지만 경찰 인력 부족, 민심 악화 등을 우려해 히잡 단속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했다. 이 여파로 최근 테헤란 도심의 젊은층 밀집 지역과 대학 등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크게 늘었다.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당국이 밝힌 것이다.
다만 이날 하메네이는 반정부 시위대를 포함한 죄수 8만 명을 사면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약 580명이 숨지고 1만90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반정부 시위로 인한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하메네이는 “여학생을 목표로 한 독극물 사건에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며 “의도적 공격임이 입증되면 가해자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해 11월부터 발발한 여학생 겨냥 공격을 두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잇따른 가스 테러로 공포에 찬 학부모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설 조짐이 보이자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학생 대상 공격은 테헤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최소 52개 학교에서 발생했다. 400여 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됐고 피해자 중 최소 1명이 숨졌다.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가담한 여성을 노린 테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부 반정부 인사들은 하메네이의 유화책을 두고 “매번 반복되던 시나리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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