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男 약사들, 여성용 히잡 쓰고 근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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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9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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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히잡을 쓰고 근무하고 있는 남성 약사. @shahaf27 트위터 캡처
이란에서 히잡을 쓰고 근무하고 있는 남성 약사. @shahaf27 트위터 캡처


최근 이란 정부가 여성 약사들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하자 일부 남성 약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동료 여성 약사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검은색 히잡을 두르고 근무하고 있다.

아린 현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국(FDA)이 전국의 약국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검은색 베일(히잡)을 쓸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약국 관리자들은 여성 직원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했는지 감시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약국 소유주는 개업 전 이를 따르겠다는 서면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란 종교법에 따르면 여성들은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란 당국은 히잡 미착용에 대해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체는 “최근 여성 직원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방식으로 히잡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몇 개의 약국이 폐쇄됐다”고 전했다.

히잡을 쓴 이란 남 약사. @AlinejadMasih 트위터 캡처
히잡을 쓴 이란 남 약사. @AlinejadMasih 트위터 캡처


해당 명령이 내려진 이후 이란의 몇몇 약국에서는 남성 약사들이 히잡을 쓴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이란 정부의 명령이 성차별적이며 부당하다고 생각해 자신들이 히잡을 착용함으로써 동료 여성 약사들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 7일 이란 언론인이면서 활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히잡을 쓴 남성 약사들의 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이란 남성들은 FDA의 명령을 조롱하는 한편 여성 동료들을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이 벽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약사들에게 이란 동료들과 연대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많은 여성들이 강제적인 히잡 명령에 저항한다는 죄로 직장을 잃었다”고 말했다.

알리네자드는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도록 강요하는 것은 전 세계의 모든 여성과 남성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인권은 세계적인 문제다.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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