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투표를 통해 표결에 참여한 2952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국가주석에 올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최초로, 마오쩌둥, 덩샤오핑도 하지 못한 주석 3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투표 결과 발표 직후 “헌법에 충성하고 헌법 권위를 수호하며 법이 부여한 직책을 이행하겠다”는 선서문을 낭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되며 사실상 집권 3기를 시작했다. 이날 전국인대 투표 및 헌법 선서를 통해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했고 2028년 3월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당, 군, 정을 모두 장악한 명실상부한 ‘1인 지배 체제’가 완성됐다.
이날 국회의장 격인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에는 중국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뽑혔다. 국가부주석에는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를 뜻하는 ‘상하이방’의 한정(韓正) 부총리가 선출됐다.
시진핑, 마오도 못한 ‘주석 3연임’… “사실상 종신집권 길 터”
당-정-군 장악 1인 지배 체제 완성… ‘2인자’ 총리 위상은 더 축소될 듯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측근 자오러지… 국가부주석엔 ‘상하이방’ 한정 선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국가주석이 됐다. 27년 동안 종신 집권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도 사망할 때까지 공산당 권력은 쥐고 있었지만 국가주석 자리를 유지하진 못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중국의 당·정·군 권력을 모두 틀어쥐면서 명실상부한 ‘1인 독재 체제’를 완성했다는 분석과 함께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만장일치로 習 국가주석 선출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14기 1차 회의 제3차 전체회의에서 실시된 국가주석 투표의 관전 포인트는 ‘만장일치 찬성’ 여부였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7인의 상무위원 명단 가운데 첫 번째(서열 1위)로 이름을 올리며 3연임을 공식화한 만큼 이번 투표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예상대로 표결에 참여한 2952명 전원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이어진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선거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이 외에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국가부주석 등을 임명하는 투표도 모두 만장일치로 진행됐다. 앞서 시 주석은 처음 국가주석에 오른 2013년 투표에서는 찬성 2952표에 반대 1표, 기권 3표로 99.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연임을 확정지은 2018년 전국인대에서는 2970명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선출됐다.
이날 투표는 전국인대 대표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투표용지에 펜으로 반대와 기권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찬성일 경우에는 별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펜을 들고 움직이는 순간 반대나 기권이 명확히 드러나 만장일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 주석이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취임식 격인 헌법 선서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가자 시 주석의 책사인 왕후닝(王滬寧) 상무위원(서열 4위)이 선 채로 박수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지도부 100여 명도 일제히 따라서 박수를 보냈다. 5년 전 2연임을 확정한 직후에는 지도부 전원이 서 있기만 했다. 지도부의 충성 경쟁이 본격화된 신호로 볼 수 있다.
● 명실상부 당정군 장악, 종신집권 길 터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당 대회에서 중국 권력의 정점인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되며 권력을 다졌다. 이어 이번에 임기 5년의 국가주석에 3회 연속 선출됨으로써 당과 국가, 군에 걸친 최고 지도자가 됐다. 임기가 보장된 2028년까지 최소 집권 가능하며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그 이후에도 집권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오쩌둥처럼 종신 집권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중국의 2인자인 총리 위상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총리에 내정된 리창(李强)은 역대 가장 약한 권한을 가진 총리가 될 것”이라며 “리창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년 동안 런민일보에서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언급 비율은 6 대 1이었다”면서 “과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절에는 2 대 1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전국인대 전체회의에서는 국회의장 격인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자오러지(趙樂際)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을 선출했다. 자오러지는 중국공산당 서열 3위 인물로 시 주석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국가 부주석에는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사를 뜻하는 ‘상하이방’의 한정(韓正) 부총리가 선출됐다.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미국과의 패권 경쟁도 한층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FP는 “대담해진 시 주석이 양안(兩岸) 긴장을 고조시킨 뒤 대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오랜 야망을 실현할 때가 됐다고 결심할 수 있다”면서 “미중 간 직접 무력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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