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MF 부총재 “韓, 반도체침체-내수약화 등 복합 역풍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2일 20시 27분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만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만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
“한국 경제는 반도체 침체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 고금리 영향으로 인한 내수 약화 등 복합적 역풍을 맞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만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한국 경제가 닥친 위기를 이같이 분석했다. IMF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대내외 복합 악재를 든 것이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IMF의 2인자이자 IMF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미국에서 떠오르는 ‘스타’ 여성 경제학자로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인도 델리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미 프린스턴대 박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IMF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반면 한국은 내렸는데….

“우리는 몇몇 국가들의 성장률을 약간 올렸지만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특히 반도체의 침체 사이클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 약세가 무역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주택 부문 하락 등 내수 약화가 압도적 (경제 둔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재반등 조짐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플레이션 해결은 이제 막 시작됐고, 이를 끝내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에 동의한다. 미 1월 물가지표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고, (중앙은행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금리는 계속 더 올라야 하고, 오랫동안 충분히 제약적인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물가는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물가 억제에 맞춰져야 한다. 또 한국의 수요 약화, 노동시장 둔화, 한미 금리 차에 다른 환율 효과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은 반드시 전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금리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 경제가 불황을 피할 수 있는 매우 좁은 길이 존재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그것은 매우 좁은 길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고, 더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한국 정부 부채 비율이 50%에 육박하는데 경기 둔화 속 한국 정부의 지출은 어떻게 운용돼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 정부는 부채 비율을 볼 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지출) 여력이 있다. 향후 더 큰 경제 충격이 있을 때 정부의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또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재정 측면에서의 중장기적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세계 각지를 다니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이 가장 걱정이다. 전체 인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세계적 ‘분열’ 현상으로 세계 총생산의 7%, 즉 일본과 독일 규모의 경제를 영원히 잃는 것과 같은 손실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분열은 심각한 위험이다. 많은 국가들이 안보 불안 속에 공급망 안정성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각국이 모든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가져오려고 할 때, 분열의 모든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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