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가 폐쇄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예치된 예금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가상화폐에 특화, 지급불능에 빠진 뉴욕주 기반 시그니처뱅크를 12일(현지시간) 폐쇄했다고 밝히며 해당 은행의 예금자 역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호공사(FDIC)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연준과 FIDC의 권고에 따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대통령과 상의해 하에 예금자를 전원 보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VB 예금주들은 13일 월요일부터 예치 예금을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 찾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예금주만 보호할 뿐 주주 등 투자자들에 대한 구제융 지원은 아니다.
미 규제당국은 또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뉴욕에 본부를 둔 시그니처뱅크가 “비슷한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어” 뉴욕주 규제 당국이 이날 해당 은행을 폐쇄했음을 밝혔다. 시그니처뱅크는 가상화페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으로 꼽혀와 지난주 실버게이트은행, SVB 붕괴 이후 뱅크런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만 재무부와 연준 등은 시그니처뱅크 예금도 전액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테크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SVB은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 48시간 만인 10일 폐쇄돼 충격을 줬다. 미 스타트업의 44%가 SVB를 이용할 정도로 테크 고객 중심의 구조속에 스타트업 줄도산 우려가 커지자 미 규제 당국이 예금자 보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VB 총 예금액 약 1754억 달러(약 232조 원)으로 이 중 95%가 예금자보호 한도(25만 달러)를 넘어선 상태였다. SVB의 주 고객이 기업고객이라 대부분 25만 달러 이상 예금을 예치했던 탓이다.
SVB의 폐쇄는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금리에 민감한 섹터 중심으로 취약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자산 277조 원 규모 40년 역사 SVB는 팬데믹 테크 붐으로 예금이 3배 이상 늘어났지만 대출 판매는 예금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에 유치한 예금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다량 투자했다가 고금리 국면에 국채 가격 하락에 손실을 봤고,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뱅크런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이날 폐쇄 조치된 시그니처 뱅크도 가상화폐 기업을 대상으로 틈해 시장을 노려온 중소형 은행이다. 미 샌프란시스코 기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과 더불어 실버게이트은행, SVB 파산 이후 은행의 재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시장의 공포심리가 확산되며 소규모 지역 은행이나 가상화폐, 테크, 부동산 등 연준 금리에 민감한 산업 특화 은행 등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어 미 연방정부가 ‘예금자 보호’ 지원을 내세워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 나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개입이 발표된 직후, 미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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