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의 불법 제작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황급히 삭제했다.
1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보니 젠킨스 차관은 트위터를 통해 아프리카 서부 국가 베냉에 있는 ‘다호메이 아마존’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젠킨스 차관은 푸른 재킷 차림으로 동상 앞에 서서 웃고 있다. 그는 사진을 게시하며 ‘행복한 2023년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그러면서 “베냉 코토누의 아마존 동상 앞에 서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 타시 항배 여왕의 유산과 지금의 베냉을 지킨 여성 전사에 대한 강력한 묘사”라고 썼다.
베냉 정부는 2021년 7월 자국 최대 도시 코토누에 베냉의 전신인 다호메이 왕조의 여군부대 다호메이 아마존을 형상화한 이 동상을 설치했다. 약 30m 높이의 동상을 보면 머리가 짧은 여성이 한 손에 창을, 다른 손에 단검을 쥔 모습이다.
젠킨스 차관의 해당 게시물이 삭제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동상의 제작자가 북한으로 파악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조처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VOA는 한글로 된 동상의 건축도면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청룡국제개발회사’라는 위장회사를 세워 베냉의 ‘생활환경 및 지속개발성’으로부터 동상 제작을 수주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동상 제작은 북한의 외화 수입원 중 하나였다. 세네갈과 보츠와나, 앙골라, 차드, 토고, 적도기니,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에는 만수대창작사가 만든 동상이 있다.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2016년 북한 동상 수출을 금지했다. 이듬해에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젠킨스 차관이 트위터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한 VOA의 질의에 “해당 게시물은 세계 여성의 날과 관련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미국은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의 끈기, 결단력, 리더십과 더불어 보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위한 엄청난 기여와 성취를 기념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또한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사안과 북한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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