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벽에 ‘쿵쿵’ 자해하던 범고래, 44년만에 쓸쓸한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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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4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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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카 / @walruswhisperer 트위터 캡처
키스카 / @walruswhisperer 트위터 캡처

44년 동안 수족관에서 홀로 살며 벽에 자해를 하던 범고래가 생을 마감했다.

11일(현지시간) 캐나다 CBC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정부는 캐나다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범고래 ‘키스카’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키스카의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양공원 측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몇 주 사이에 키스카의 건강이 계속해서 악화했다고 밝혔다.

키스카는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태어나 1979년에 포획된 이후 44년 동안 해양공원에서 사육됐다. 키스카는 1992년까지 수천 번의 공연에 동원됐다. 키스카는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안타깝게 모두 세상을 떠났다. 함께 살던 친구들도 모두 숨을 거두거나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결국 키스카는 2011년부터 해양공원에 남은 최후의 범고래가 됐다.

동료들이 떠나간 이후 수조관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던 키스카. @walruswhisperer 트위터 캡처
동료들이 떠나간 이후 수조관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던 키스카. @walruswhisperer 트위터 캡처
홀로 남은 키스카는 작은 수족관에 갇혀 같은 공간을 계속해서 빙빙 돌거나, 수족관 벽에 몸과 머리를 여러 차례 부딪히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양공원에서 지내던 키스카. @walruswhisperer 트위터 캡처
해양공원에서 지내던 키스카. @walruswhisperer 트위터 캡처


해양공원에서 근무했던 필 데머스는 2021년 온라인상에 키스카의 이같은 행동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해양 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키스카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을 관찰했다”며 “위험한 자해 행위다. 키스카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를 처음 보도했던 AP 통신은 키스카의 죽음에 대해 “키스카가 지난 10년 동안 해양 공원에서 동료나 가족들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야 했던 환경이 이 사건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범고래는 무리를 지어 사는 습성이 있다. 야생에서는 여러 세대가 한 무리를 이뤄 장기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연구됐다”고 덧붙였다.

고래 보호 활동가 롭 로트도 당시 키스카의 모습을 보고 “야생에서 잡힌 아이슬란드 범고래를 40년 동안 인공적인 환경에서 길러 생긴 스트레스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고래보호단체 WDC는 키스카와 같이 수족관에 갇혀있는 범고래들이 2023년 1월 9일 기준 전 세계에 최소 55마리라고 발표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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