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잇단 긴급 폐쇄 조치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 경로와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지속할 것인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트라우마를 진정시킬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14일(현지 시간) 노무라증권은 “다가오는 금융 안정성 위험에 대해 연준이 21,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측하던 노무라가 동결도 아닌 인하를 전망한 것이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SVB 파산이 촉발한 미 은행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으로 번져 금융 불안전성을 키울 확률이 높다고 노무라는 내다봤다. 물가 안정만큼 중요한 중앙은행의 정책 과제인 금융 안정을 위해 연준이 고강도 긴축 경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리 선물 거래로 연준 통화정책 향방을 예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 시간 14일 오후 4시 현재 시장은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우세하게 보는 가운데 동결 가능성도 49.8%까지 올렸다. 연준은 1년간 누적된 고강도 긴축의 피로 속에 연내 금리를 인하하는 ‘피벗(정책 전환)’에 나설 것인지 어려운 결정 앞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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