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악명 높은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사진)이 최근 러시아 정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군 수뇌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바흐무트에서 승기를 올리고 있는 프리고진이 이 틈을 타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프리고진의 최근 행보에 주목하며 “그가 용병업체 수장을 넘어서 러시아 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11일 텔레그램에 영상을 올려 “바그너그룹은 이념을 가진 군대로 바뀔 것이다. 이 이념은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밀리에 운영되던 바그너그룹은 지난주 42개 도시에서 신병 모집소를 개설하고 용병을 대규모 모집하겠다고 예고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잭 마골린은 NYT에 “프리고진이 자신의 미래가 위험하다고 보고 바흐무트 이후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여름부터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측 공세를 주도해 왔다. 전쟁연구원(ISW)에 따르면 지난주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바흐뭇카강 동쪽 대부분을 장악하고 강 서쪽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NYT는 바그너그룹이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에 중대한 승리를 안겨줬으며, 프리고진은 이 전과를 러시아 군 수뇌부를 압박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사기, 성매매 알선 등으로 1980년대 복역한 뒤 출소해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눈에 들며 ‘푸틴의 셰프’로 불리게 됐다. 이후 2014년 바그너그룹을 세운 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시리아 리비아 등 아프리카 내전 등에도 개입했다.
지난달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러시안 필드’의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이번 전쟁에서 프리고진의 역할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이는 프리고진이 러시아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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