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과 수출통제 긴밀 조율”
中 반도체 펀드 총 66조원 규모
미중 간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일 예산으로 올해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의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 국무부는 14일 성명에서 “첨단 반도체가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동맹국들과 협력해 수출 통제 및 라이선스 정책을 긴밀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예산 요청 사실을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해 제정된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억 달러씩 ‘국제기술안보혁신기금(ITSI Fund)’을 받아 반도체 공급망 확보 등에 쓸 수 있다.
국무부는 이 예산으로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이 유출되거나 남용되는 일을 막을 안전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산업국과 중국의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한 수출 규제 관련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루미늄, 희토류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최근 중국 정부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빅펀드’) 총재에 국무원(정부) 공업정보화부 간부 출신인 장신(張新)을 새로 임명했다고 15일 전했다.
빅펀드는 2014년 중국 재정부와 중국개발은행 등 주요 국유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다. 총 규모가 6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재 교체는 잇달아 불거졌던 펀드 내부 비리 문제를 정리하는 한편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하려는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창안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2010∼2020년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 1000여 곳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10년 새 연구개발(R&D) 투자가 53% 증가하고, 특허 출원도 58% 늘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을 견디기 위해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며 자생력을 키웠다는 뜻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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