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쉬워 전쟁후 9만여명 몰려
불법체류 늘며 성매매-범죄까지
발리, 정부에 단기비자 중단 요청
‘천국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최대 휴양지 발리가 전쟁을 피해 몰려든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CNN 등이 18일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올 1월까지 최소 9만 명의 양국 국민이 몰려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일부는 범죄까지 저지르자 넌더리가 난 발리 당국이 인도네시아 법무부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적자의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세계 8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국 내 공항, 항구 등에 먼저 도착한 뒤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도착 비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입국이 쉽고 간편한 탓에 지난해 한 해 동안 러시아인 약 5만8000명, 우크라이나인 7000여 명 등 6만5000여 명의 양국 국민이 발리를 찾았다. 올 1월에도 러시아인 약 2만2500명, 우크라이나인 2500명 등 2만5000명이 추가로 몰려들었다. 도착 비자로는 60일까지 머무를 수 있다.
발리 당국은 도착 비자가 만료된 후 불법으로 체류하며 법과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5월 한 러시아 부부는 현지인이 신성시하는 700년 된 반얀트리 나무에 올라 나체 사진을 찍은 후 추방됐다.
일부 여성은 매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도 도착 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 3명이 성매매하다 발각돼 추방됐다. 이 외 상당수 불법 체류자는 무허가관광 가이드, 택시 운전사, 미용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은 자신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러시아인과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어쩔 수 없이 발리까지 온 사람이 대부분이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발리 주재 우크라이나 명예 영사관 측은 “발리의 우크라이나인은 대부분 여성”이라며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이곳에 잠시 체류하는 것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한 현지 경찰관 또한 “외국인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 보면 대부분 러시아인이 있다. 이들은 법 위에 있는 듯 행동한다”고 CNN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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