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위기]
S&P “11개은행 예치로 해결 못해”
美 중소형 은행 위기 아직 진행형
‘신용경색→경기침체’ 우려도 증폭
파산 위기에 몰렸던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UBS가 전격 인수하면서 CS발(發) 은행 위기 공포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우려되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한다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현지 시간)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을 기존 투기등급이던 ‘BB+’에서 ‘B+’로 추가 강등했다. S&P는 “(미) 11개 은행이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퍼스트리퍼블릭에 예치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요청에 따라 미 은행 규모 1위 JP모건을 필두로 11개 은행이 나섰음에도 17일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33% 더 폭락하는 등 투자자 신뢰를 얻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미 의회에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예금 보증 한도를 현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에서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은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예금 상한선을 해제하는 것은 좋은 조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중소은행연합도 정부에 최소 2년간 예금 전액 보증을 요청했다.
SVB에서 비롯된 은행 위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과 더불어 경기 침체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은행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고통스럽진 않지만 경제 전반의 신용 경색을 촉발한다면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CEO도 CNN 인터뷰에서 “은행 신용 공급이 준다는 것은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 (은행 위기는) 어떤 면에서 금리 인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타임스는 이날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기준금리 인상 시 미 은행 186곳이 보유한 채권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 우려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에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주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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