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 시간) ‘2022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에서 일하다 탈출을 시도한 노동자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아킬레스힘줄을 끊어 본국으로 송환한 것을 비롯해 광범위하게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청자가 북한에서 중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문화를 반(反)체제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北 해외 노동자에게 충성자금 요구”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을 “김씨 일가가 이끄는 권위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정권에 의한 불법 살인과 고문, 초국가적 억압과 불법적 사생활 침해 같은 중대 인권 문제에 대한 신뢰할 만한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올해는 북한을 비롯한 198개국을 담았다.
보고서는 북한 전문 매체 등을 인용해 “러시아 근무 경험이 있는 탈북자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는 ‘송환 절차’가 도주 시도자들의 다리를 부러뜨려 휠체어에 태워 북한에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북한 고위 소식통은 탈북을 시도한 북한 노동자 추경철이 러시아로 파견된 보위성(요원들)에 체포된 뒤 아킬레스힘줄이 훼손된 채 송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해외 북한 노동자 대다수는 러시아와 중국에 있다”며 “일부 지역에선 위조 신분증을 사용해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루 최장 20시간 일하면서도 월급은 중국 노동자의 절반 이하인 월 27만∼90만 원을 받으며 이 중 70∼90%는 북한 정권에 반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코로나19 국경 폐쇄로 무역이 금지됐는데도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무역업자들에게 ‘충성자금’을 요구했으며 라오스에 파견한 북한 의료진에게도 충성자금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풍(한류)’에 대한 처벌 강화도 소개했다. 보고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해 “오징어게임을 북한에 밀반입해 판매한 남성은 총살형, 이를 구입한 고등학생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며 “방송을 본 다른 학생 6명은 중노동 5년형을 받았고 이 학교 교장과 담임 선생님들은 해임됐다”고 전했다.
● “韓 명예훼손으로 표현 검열”
국무부는 한국 인권 보고서 ‘폭력과 괴롭힘’ 항목에서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전했다. 보고서는 “MBC가 윤 대통령이 외국 입법부를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하자 윤 대통령은 ‘주요 외국 파트너와의 관계를 손상시켜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 등을 소개했다.
또 “한국 정부는 공개적인 토론을 제한하고 개인과 언론 표현을 검열하기 위해 명예훼손법을 사용했다”면서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쥴리 의혹’을 보도한 유튜브 채널 압수수색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등을 꼽았다.
‘대장동 스캔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패 및 정부 투명성 결여’ 항목에 반영됐다. 보고서는 “각급 정부 부패에 대한 수많은 보도가 있었다”며 검찰이 지난해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의 선거자금 6억 원을 받은 혐의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한 것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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