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 러시아 모두 세계의 다극화를 지지한다”며 미국의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반미(反美) 노선에 양국이 공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다극성이라는 근본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의 방러 첫날인 2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4시간 반 동안 만찬을 곁들인 일대일 비공식 회담을 갖고 “양국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2024년 대선에 또다시 도전하는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을 바란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이 앞서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중재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며 “중국이 국제 문제에 공정하고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21일에는 외교, 국방, 경제 분야의 양국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을 통해 양국 간 군사, 경제 협력 등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두 나라의 밀착을 ‘정략결혼’으로 평가 절하하며 “러시아가 중국의 하급(junior) 파트너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시진핑-푸틴, 서로 장기집권 덕담… 美 “러는 中의 하급 파트너” 비판
시진핑, 러 국빈방문
지각 대장 푸틴, 미리 나와 영접 “中의 우크라전 중재 노력 환영” 習, 객관적 입장 강조… 온도차
20, 21일 이틀 연속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장기 집권’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반미(反美) 연대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20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먼저 “내년에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영도 아래 러시아는 장족의 진보를 이뤘고, 러시아 인민은 계속해서 당신을 지지할 것”이라며 “다시 당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000∼2008년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2012년 대권을 다시 장악한 뒤 헌법의 재선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임기를 6년으로 연장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시 주석에게 “중국 국가주석에 선출(3연임)된 것을 축하한다”며 “중국 인민들이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성대한 만찬으로 시 주석을 각별히 대접했다. 러시아 북부 페초라강에서 잡은 흰연어 요리와 메추라기, 버섯을 넣은 블리니(러시아식 전병), 석류 셔벗을 곁들인 철갑상어 수프가 먼저 식탁에 올랐다. 메인 요리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방의 파블로바 와인과 함께 체리 소스와 해산물이 곁들여진 사슴고기였고, 러시아 출신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을 딴 파블로바 케이크가 디저트로 나왔다.
이 회담은 만찬까지 포함해 무려 4시간 30분간 이어졌다. 두 정상은 작은 사각형 탁자만 사이에 둔 채 사실상 붙어 앉았다. 특히 주요 외교 행사에서 늘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미리 나와 시 주석을 영접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답방 성격의 중국 방문도 요청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일 회담에서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대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평화 회담에 개방적이며 중국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제한 없는 협력’을 반복해서 언급한 반면 시 주석은 ‘객관적 중재자’를 강조해 두 정상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두 정상의 밀착을 두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핵심 요소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휴전을 위해선 중국의 중재가 아니라 러시아의 철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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