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지원법 세부규정안 발표
보조금 받아도 설비 유지-확장 가능
업계 “공장 철수는 면해” 일단 안도
생산량 극대화 불가… 수익성 우려
미국의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미 상무부 발표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이다. 중국 공장 운영이 전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공장 시설의 부분 업그레이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중국 내 생산량 제한’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 장비 통제 유예가 10월이면 끝나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 해소로 숨통 트여”
22일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오늘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달 31일 보조금 신청이 시작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여러 논의를 거친 뒤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가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안의 핵심은 반도체 생산 능력의 제한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 반도체법에 따른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웨이퍼(반도체 기판) 용량으로 측정되는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게 된다.
중국 현지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큰불은 껐다”는 입장이다. 미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 운영이 전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장 철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돼 숨통이 트였다”며 “다만 완벽한 해결은 아니다 보니 ‘인공 호흡기’를 달아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기업이 투자 전략을 구사할 때 상당한 유연성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 “생산량 제한은 메모리 사업에 치명적” 우려도
반면 ‘생산 능력’ 제한이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경고도 동시에 나온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한 가지 제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산업이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해 “기술을 높이면 칩을 미세화할 수 있고 동일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D램과 낸드플래시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각각 5%, 10%씩 증가했는데 10년간 5%만 증산하라는 건 메모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가드레일 조항과 별도로 1년간 유예 중인 대중 수출 규제 조치가 끝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공장의 기술 수준 업그레이드에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미 상무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 반도체 장비 수입의 ‘한도(cap)’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 투자할 동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가드레일 세부 규정 초안에 대해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관련 규정을 최종 확정한다. 반도체법 관련 세부 조항의 최종 확정 시점은 올 하반기(7∼12월)로 정부는 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지시에 따라 백악관 NSC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했다”며 “미국 정부와 세심하게 조율하고 협력해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익이 증대될 수 있도록 더욱 각별하고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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