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2005년 폐쇄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정착촌에 18년 만에 유대인의 출입을 전격 허용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마이클 헤르초그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면서 이례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우려를 표하는 등 핵심 동맹이던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말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이후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금지했던 법을 최근 이스라엘 의회가 무력화한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또한 헤르초그 대사를 만나 팔레스타인과의 긴장을 부추기는 행동이나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은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예정에 없던 국무부의 호출을 받은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최근 호메시, 가님, 카딤, 사누르 등 서안지구 내 4곳의 정착촌에 대한 유대인 출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스라엘 의회 또한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철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유대인이 정착촌으로 이주하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이 격화될 게 확실시된다.
미국은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법 위반이라며 줄곧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과의 패권 다툼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중동에서 추가 분쟁이 일어나면 관리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네타냐후 정권은 미국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정착촌 확대를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2일 성명을 통해 “과거 조국의 일부였던 사마리아(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식 표현) 북부에 유대인의 거주를 막아온 차별적이고 굴욕적인 법안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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