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기지 미군 등 7명 사상에
바이든, 보복명령에 美전투기 출격
친이란 세력 8명 사망… 긴장 고조
美-이란, 시리아서 직접 충돌 우려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폭 무인기(드론)가 시리아 내 미군 등 연합군 기지를 공격해 최소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미국 국방부가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시로 미군이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들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해 8명이 숨지는 등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이란제 드론’ 공격에 美, 보복 공습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현지 시간 오후 1시 38분경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 인근 연합군 기지 내 정비시설에 무인기가 충돌해 미군 계약업체 직원 1명이 숨졌다. 미군 5명, 다른 계약업체 직원 1명 등 6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에는 미군 900여 명이 주둔 중이다. 미군을 대상으로 한 드론 공격은 다소 흔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나온 일은 이례적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미군은 정보당국 분석 결과 이 무인기는 이란에서 제조된 것이라며 이번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밀 공습을 지시했다. 미국인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은 미군이 F-15 전투기를 출격시켜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가 쓰는 지휘소, 탄약 창고, 정보 기지 등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미국의 보복 공습으로 친이란 무장세력 군인 8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이번 공습에 대해 확전 우려를 감안한 ‘신중한 조치’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란이 추가 공격에 나설 경우 공습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군사령관은 성명에서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확장 가능한 선택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24일 이란 정부가 드론 공격이나 미국의 보복 공습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 ‘시리아 대리전’ 미-이란, 직접 붙나
이번 사태는 이란의 러시아 무기 지원과 핵개발을 두고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스라엘 대 러시아·이란의 ‘대리전’ 양상이던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해왔다. 시리아에 이란 혁명수비대를 투입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민병대를 조직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2월 이라크 내 미군기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로켓 공격을 받자 시리아 내 이란 연계 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 3명이 부상을 당하자 폭격기를 동원해 시리아 내 이란 시설을 공습했다.
쿠릴라 사령관은 23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무장단체들이 2021년 이후 중동에서 78차례에 걸쳐 미군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감추기 위해 대리단체를 활용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드론과 로켓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공습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의 시리아 전격 방문 2주 만에 이뤄진 데 주목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는 당시 이를 ‘불법 방문’이라고 규정하며 “주권과 통합에 대한 노골적 침해”라고 비판했다.
최근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복원 합의를 중재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미국과 중-러 간 신경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시리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이어 시리아와도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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