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만 경제원조 거부하자
82년만에 관계 끊고 中으로 돌아서
차이잉원 취임후 수교국 22→13國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악재로
1941년 대만과 수교한 중남미 온두라스가 26일 82년간 유지했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전격 수교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경유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을 방문한다. 그의 순방 직전 중국이 미국 뒷마당 격인 중남미 수교국을 늘리면서 대만과 미국 모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당시 대만 수교국은 22개국이었다. 하지만 온두라스를 포함해 9개국이 단교를 택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아이티, 나우루, 팔라우, 투발루,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에스와티니, 교황청(바티칸) 등 13개국만 남았다. 대부분 중남미 남태평양 등의 저개발국이어서 대만과 추가로 연을 끊고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야당 국민당은 집권 민진당의 반중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차이나머니 지원 가능성
26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친강(秦剛)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회담하고 외교관계 수립을 공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온두라스의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환영했다. 온두라스 외교부 또한 트위터에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했다.
최근 온두라스는 병원 및 댐 건설, 부채 상환 등을 위해 대만에 최소 25억 달러(약 3조2020억 원) 경제 원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거부당하자 단교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는 평이 나온다. 달리 말하면 중국이 온두라스에 25억 달러 이상 경제 지원을 약속했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2021년 세계은행 기준 온두라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33달러. 중남미 국가 중 아이티(754달러) 니카라과(1912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전 인구의 74%가 빈곤에 시달린다. 지난해 1월 집권한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앞서 2021년 12월 대만과 단교한 이웃 니카라과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당시에도 중국이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 추가 단교 가능성 배제 못 해
대만과 미국은 반발했다. 차이 총통은 26일 녹화 영상을 통해 “온두라스의 단교 선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시도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대만 국민의 확고한 의지는 약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압력과 강요에도 중국과 대만이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서 사실상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며 미 국무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 ‘미국재대만협회(AIT)’도 “중국이 수교를 대가로 여러 약속을 하지만 이행하지 않는다. 온두라스의 결정에도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저개발국을 차이나머니로 사로잡으려는 중국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따르면 중국은 2005∼2020년 최소 1300억 달러(약 170조 원)를 중남미에 투자했다. 추가 단교국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마리오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대만이 1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골적으로 경제 지원을 요구했다. 중국은 파라과이에도 대만과의 단교를 수차례 촉구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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