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 무력화 내용을 담은 ‘사법 조정안’ 입법 시한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반대 여론이 한층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사법 조정안 폐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어서 이스라엘 사회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7일 밤 TV 생중계 연설에서 “(사법 조정안 처리 관련) 대화를 위해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면서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사법 조정안의 2, 3차 독회는 의회(크네세트) 휴회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내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네세트는 다음달 4일부터 22일까지 유대교 명절 유월절을 전후해 휴회한다. 다음 회기는 5월 초부터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조정안 처리 연기 발표는 이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해임을 계기로 12주째 이어진 반대 시위 규모가 더욱 커진 데다, 법조계와 의료계까지 총파업 선언에 동참하고 야당에서 ‘총리 축출’까지 거론하자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 내 극우 인사들은 사법 조정안 중 가장 논란인 ‘의회가 법원에 우선하며 사법권은 축소한다’ 는 내용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집권당이 사실상 대법관 등 법관 인사를 결정하고, 법원이 의회 입법을 심사하거나 판단할 수 없도록 권한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조정안) 입법이 진짜로 완전히 중단된다면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측근들에게 입법 중단이 아니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타협을 위한 추가 시간과 공간을 만들 기회로 환영한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조속히 타협안을 찾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은 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몇 달 전부터 사법 조정안을 철회하도록 비공개로 압력을 가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29, 30일 미국 한국 등이 공동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이스라엘이 초대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 민주주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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