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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므라이스 만찬’이 화제입니다. 윤 대통령이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일본 정부가 도쿄의 오므라이스 전문점에서 대접했습니다. 정상회담 만찬에서는 이렇게 상대국 대통령의 식성을 사전에 파악해 준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조만간 윤 대통령이 만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합니다. 지방에 갈 때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그가 즐겨 먹는 또 다른 음식은 ‘peanut butter and jelly sandwich’(PB&J)입니다. 식빵 한 쪽에 땅콩버터, 다른 한쪽에 과일잼을 발라 포갠 평범한 샌드위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addiction”(중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평균 1500개를 먹는다는 통계를 있을 정도로 PB&J는 미국의 국민 음식으로 통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보좌관은 아이스크림, PB&J 등을 좋아하는 대통령의 식성을 가리켜 “5살짜리 취향”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초딩 입맛” 정도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어린이 취향의 음식만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탈리아 혈통이기 때문에 파스타도 즐겨 먹고, 치즈 스테이크, 클럽 샌드위치 등도 좋아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좋아한 음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I like pork rinds. But that doesn’t fit the mold.” (나는 돼지껍질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좋아한 음식은 돼지껍질입니다. ’pork rinds’(포크 린즈)라고 합니다. 돼지껍질을 주로 구워 먹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바삭하게 튀겨먹습니다. 감자칩처럼 포장된 스낵 형태로 많이 팝니다.
1988년 대선에 출마한 부시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돼지껍질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으면서 “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 돼지껍질은 필립스아카데미와 예일대 졸업,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기도 한 부시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mold’(몰드)는 규격대로 찍어내는 ‘판형’을 말합니다. ‘fit the mold’는 ‘판형에 맞다’, 즉 ‘이미지에 맞다’라는 뜻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돼지껍질 사랑 고백을 “brilliant political move”(뛰어난 정치적 수완)라고 평했습니다. 귀족 이미지를 지우고 폭넓은 지지를 얻는데 돼지껍질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부시 대통령 덕분에 돼지껍질의 인기는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돼지껍질 스낵 최대 생산업체인 루돌프사는 근로자들을 초과 근무시키며 주문량을 대기 바빴다고 합니다.
Jimmy makes grits, puts the dishes in the dishwasher and makes the bed.” (지미는 그리츠를 만들고, 설거지하고, 침대를 정리한다)
조지아주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남부 음식인 ‘grits’(그리츠)를 좋아했습니다. 그리츠는 옥수수죽을 말합니다. 과거 남부에서는 수확한 옥수수 중에서 거친 알들을 골라서 버리지 않고 죽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옥수수만 넣으면 심심하니까 요즘은 치즈, 새우, 햄 등을 넣어 맛을 냅니다.
대선 유세 때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는 아침 일상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남편은 그리츠를 만들고, 설거지하고, 침대를 정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정치에 흥미를 잃었던 국민들은 볼품없는 옥수수죽을 좋아하는 대선 후보에게 호감을 느꼈습니다.
카터 선거운동 본부는 보통사람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리츠를 핵심 컨셉으로 사용했습니다. ‘Grits and Fritz’(그리츠 앤 프리츠)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프리츠’는 카터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월터 먼데일 부통령의 중간이름 ‘프레더릭’의 줄임말입니다. 로잘린 여사는 직접 그리츠를 만드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카터 대통령이 입양한 백악관 반려견까지 ‘그리츠’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였습니다.
Abe, gimme a man, gimme that other‘n.’” (에이브, 나에게 진저브레드맨을 줘, 다른 진저브레드맨도 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진저브레드를 좋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gingerbread’는 ‘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쿠키’를 말합니다. 사람 모양으로 굽는다고 해서 ‘gingerbread man’으로도 불립니다. 진저브레드맨이 부엌을 탈출했다가 여우에게 잡아먹히는 내용의 동화도 유명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자주 진저브레드 쿠키를 내놓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어린 링컨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배고픈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모처럼 구워주신 진저브레드 쿠키 3개를 들고 나무 밑에 앉았습니다. 쿠키를 먹고 있을 때 친구가 다가와 “에이브, 쿠키 하나만 줘”라고 부탁했습니다. 링컨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친구였습니다. 링컨은 쿠키 1개를 건네줬습니다.
금방 먹어 치운 친구는 남은 쿠키 1개도 달라고 했습니다. “other‘n’”은 ‘other man’(다른 진저브레드맨)의 줄임말입니다. 그것마저도 내준 링컨 대통령은 결국 쿠키 3개 중의 1개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링컨 대통령의 착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 명언의 품격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하자 백악관에는 수많은 편지가 밀려들었습니다. 젊고 멋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린 제닝스’라는 몸이 불편한 소녀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제닝스는 편지에서 대통령에게 물었습니다. “What do you like to eat?”(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보좌관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제닝스의 편지를 전하며 이런 메모도 함께 올렸습니다. “Please reply to her, She will be extremely happy. Do not mention anything in the letter about her handicap please!”(꼭 소녀에게 답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기뻐할 것입니다. 장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
New England Fish Chowder.” (뉴잉글랜드 피시 차우더)
케네디 대통령은 메모의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얼마 후 소녀는 백악관으로부터 답장을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뉴잉글랜드 피시 차우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이름뿐 아니라 조리법과 재료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친필 서명이 적힌 케네디 대통령 사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답장은 지금도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에 보존돼 있습니다.
뉴잉글랜드는 지명이 아니라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햄프셔,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메인 등 미 북동부의 6개 주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매사추세츠주 출신의 케네디 대통령은 뉴잉글랜드에 대한 애착이 컸습니다. 뉴잉글랜드는 바다에 인접해 있어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해산물 수프의 일종인 차우더는 뉴잉글랜드의 대표 음식입니다. 주재료로 생선을 넣으면 ‘피시 차우더,’ 조개살을 넣으며 ‘클램 차우더,’ 게살을 넣으면 ‘크랩 차우더’가 됩니다.
●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 의회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규제를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틱톡의 추쇼우즈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습니다. 그는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조종을 받은 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반박했습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틱톡 청문회에서 웃음이 터진 장면입니다.
I gotta hand it to you.” (이것만은 인정해주지)
틱톡에 대한 공격의 선봉에 섰던 어거스트 인플루엔자가 공화당 하원의원이 갑자기 추 CEO를 추켜세웠습니다. ‘hand’는 명사로 쓸 때는 ‘손’이라는 뜻이고, 동사로 쓸 때는 ‘넘기다’라는 뜻입니다. ‘hand to’는 ‘에게 넘겨주다’라는 뜻입니다. “have to(또는 gotta) hand it to”는 “칭찬을 넘겨줘야만 하다,” 즉 “이것만은 인정해줘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무엇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일까요. 민주당과 공화당은 평소 의견 대립이 심합니다. 그런 정치권의 분열을 극복하게 만든 것이 틱톡의 공이라고 비꼬는 것입니다. 틱톡 규제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플루거 의원의 발언이 이어집니다. “You’ve actually done something that has not happened except for the exception of maybe Vladimir Putin. You have unified Republicans and Democrats.”(틱톡이 블라디미르 푸틴 말고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결속시켰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0월 25일 칼럼에 소개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앞서 소개된 부시, 카터, 링컨, 케네디 대통령과는 다른 사례들입니다.
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요도 감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올해 75세인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시절 햄버거 감자튀김 등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 채식주의자로 변모해 비교적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해오다가 이번에 병원 신세를 진 것입니다.
I’ll have guacamole coming out of my eyeballs.”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은 나초입니다. 나초는 튀기거나 구운 토르티야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초에 과카몰레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합니다. 과카몰레는 으깬 아보카도를 말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얼마나 나초를 좋아하는지 과카몰레가 눈에서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come out of eyeballs’(안구에서 나오다)는 과식을 했을 때 유용한 표현입니다.
I might not be around if I hadn’t become a vegan.” (만약 내가 비건이 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2010년 육류 유제품을 딱 끊고 ‘비건’(채식주의자)이 됐습니다. 2016년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선 유세 때 레스토랑에 들러 샐러드를 시키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round’가 나오면 ‘근처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You can tell a lot about a fella’s character by whether he picks out all of one color or just grabs a handful.” (젤리빈을 한 색깔만 고르느냐, 그냥 되는 대로 한 움큼 쥐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알록달록한 모양의 젤리빈을 좋아했습니다. 젤리빈을 손이 닿는 곳에 준비해놓고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젤리빈에 관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먹는 방식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handful’은 ‘한 움큼’이라는 뜻입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 “he is a handful”이라고 하면 “손에 가득 차는 아이,” 즉 “다루기 힘든 아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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