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기소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뉴욕주 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이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사진)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예정된 1차 법정 심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천 판사 앞에서 공소 사실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는지를 밝히는 ‘기소 인부 절차’가 진행된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천 판사의 악연에 주목했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의 세금 사기를 맡아 최근 유죄 판결을 내렸고, ‘트럼프의 회계사’로 불리는 최측근 앨런 와이슬버그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결정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에 “이번 ‘마녀사냥’ 재판을 맡은 머천 판사는 나를 증오하는 사람이다. 그는 나의 가족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와이슬버그를 악랄하게 다뤘다”고 비난했다.
머천 판사는 올 1월 세금 사기와 기업문서 조작 등 17개 범죄 혐의로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그룹에 대해 160만 달러(약 21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 액수는 법원이 부과할 수 있는 벌금 구간 중 최대치였다. 이에 앞서 머천 판사는 와이슬버그 트럼프그룹 CFO에 대해 세금 사기 등 15개 혐의로 징역 5개월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CNN은 머천 판사의 재판에 참석했던 변호사 등을 인용해 “그는 매우 엄격하지만 법정에 서는 피고인이 누구든 공정하게 재판하는 판사”라고 전했다. 머천 판사와 근무한 적이 있는 캐런 애그니필로 변호사는 CNN에 “그는 언론 플레이를 비롯해 어떤 종류의 서커스도 법정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머천 판사를 (불공정하다고) 공격하고 위협하는 것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머천 판사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뉴욕 퀸스 잭슨 하이츠로 이민을 왔다. 그는 호프스트라대에서 법학 학위를 받은 후 1994년 맨해튼 지검에서 지방검사로 경력을 시작했다. 2006년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이 그를 뉴욕주 브롱크스 가정법원 판사로 임명했고, 2009년부터는 뉴욕 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트럼프 거듭 “소로스가 수사 배후”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 회장
“브래그 지검장 간택하고 후원” 주장 소로스측 “단 한번도 만난적 없어”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검장은 조지 소로스가 간택하고 후원한 인물로, 망신거리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가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수사 배후로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사진)을 거듭 지목했다. 미 헤지펀드 대부이자 집권 민주당 최대 후원자로 통하는 소로스 회장이 사실상 브래그 지검장을 조종해 자신을 수사하고 기소까지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소로스 회장 측은 “소로스 회장과 브래그 지검장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소로스 회장과 브래그 지검장 간 유착 관계를 주장하며 ‘정치적 기소’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래그 지검장이 ‘나(Trump)’의 적(敵)인 급진 좌파 소로스 회장에게서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소가 결정된 지난달 30일에도 성명을 내고 브래그 지검장이 소로스 회장 후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100만 달러는 소로스 회장이 2021년 흑인 정치인을 지지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변화의 색(Color of Change)’에 기부한 액수다. 해당 기부는 이 단체가 당시 맨해튼 지검장 선거에 도전한 브래그 후보에게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이에 소로스 회장 측은 “브래그 지검장을 직접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전부터 진보 성향 후보들을 지지해온 소로스 회장이 당시에도 같은 행보를 이어갔다는 뜻이다. 다만 미 팩트체크 매체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2021년 미 민주당 맨해튼 지검장 후보 경선 과정 당시 브래그의 선거캠페인 재정 보고서에는 소로스의 아들인 조너선과 조너선의 아내 제니퍼 앨런이 총 2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와 있다.
헝가리계 유대인인 소로스 회장은 1970년 소로스펀드를 창립한 이후 헤지펀드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큰손으로 유명하다. 2003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내 인생 목표”라고 밝힌 뒤 이듬해 대선에서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지난해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에 1억2800만 달러(약 1676억 원) 정치자금을 후원해 최대 후원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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