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푸틴 군사 블로거 의문의 폭사… 배후 놓고 러-우크라 또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4일 03시 00분


친러 블로거, 카페서 선물 받은뒤 ‘펑’… 러 “우크라 소행” 우크라 “내부 테러”
러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핵 배치”… 푸틴 이어 주벨라루스 대사 밝혀
서방 추가지원 막으려 의도적 위협

폭발로 초토화된 카페… 행사 중이던 블로거, 현장서 숨져 2일 ‘TNT’ 폭탄이 터져 최소 1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한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 처참하게 부서진 탁자와 의자, 훼손된 벽과 천장 등이 당시의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왼쪽 사진). 이 사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온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가 숨졌다. 타타르스키가
 사망 직전 카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러시아 측은 폭발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반전 집회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20대 여성 다리야 트료포바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트위터 캡처·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폭발로 초토화된 카페… 행사 중이던 블로거, 현장서 숨져 2일 ‘TNT’ 폭탄이 터져 최소 1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한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 처참하게 부서진 탁자와 의자, 훼손된 벽과 천장 등이 당시의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왼쪽 사진). 이 사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온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가 숨졌다. 타타르스키가 사망 직전 카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러시아 측은 폭발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반전 집회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20대 여성 다리야 트료포바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트위터 캡처·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연일 ‘핵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 계획을 밝힌 가운데 2일 보리스 그리즐로프 주벨라루스 러시아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경과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했다.

러시아는 이날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親)푸틴 성향의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41)가 폭사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의 배후에도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출신으로 텔레그램 구독자만 57만 명이 넘는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줄곧 지지했다.


러시아 당국은 반전 시위로 구금된 전력이 있는 다리야 트료포바(26·여·사진)를 긴급 체포한 후 “타타르스키 살해가 우크라이나 특별기관에 의해 계획됐다”고 밝혔다. 트료포바가 수감 중인 푸틴 대통령의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라고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했다.

● 러 대사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핵”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즐로프 대사는 2일 벨라루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서부에 전술 핵무기를 전진 배치해 안보를 강화하겠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튀르키예(터키) 등 나토 회원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상황에서 우리도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3개 나토 회원국과 약 130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곳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유럽 중동부의 나토 회원국, 우크라이나 등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온다. 1만∼2만 t의 핵무기를 뜻하는 전술핵은 전략핵무기에 비해 사거리가 짧고 폭발력이 약해 국지전에 주로 쓰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위력이 1만5000t이다.

3일 타스통신은 러시아가 2024년 말∼2025년 상반기까지 핵추진 어뢰 ‘포세이돈’을 탑재할 잠수함 사단을 태평양함대의 일부로 편성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포세이돈은 히로시마 원폭의 100배가 넘는 위력을 갖춰 ‘지구 종말의 무기’로 불린다.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대공세를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추가 지원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WS)는 최근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정보전(戰)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친푸틴 블로거 폭사… 러 “배후에 우크라-나발니 있어”

러시아 당국은 200g 이상의 강력 폭탄 ‘TNT’가 쓰인 타타르스키 폭사를 ‘살인’으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푸틴의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는 극우 민족주의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의문의 차량 폭발로 숨진 데 이어 이번 폭발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본명이 막심 포민인 타타르스키는 이날 카페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트료포바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에게 헬멧을 쓴 군인 모양의 조각상을 선물했고, 몇 분 후 조각상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타타르스키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최소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반테러 국가위원회는 “우크라이나가 타타르스키 살해를 계획했으며 나발니 조직과 협력하는 인물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타타르스키와 동향이며 지난해 9월 러시아가 합병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이끌고 있는 데니스 푸실린 수반 또한 “우크라이나는 테러 정권이며 타타르스키 또한 이들에 의해 비열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가 국내 테러로 인해 소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거미(친푸틴 인사)’가 ‘항아리’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있다”고 반박했다.

#친푸틴 군사 블로거#폭사#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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