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청 기밀문건 유출]
美언론 “문건 다수 우크라 전쟁 관련
일부 정보, 러에 유리하게 왜곡 정황”
동맹국 감청 정보 등이 담긴 미국 기밀문서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이 미국과 동맹국들 간 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에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기밀문서의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문서다. 미국이 러시아 정보기관에 광범위하게 침투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의 구체적인 작전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비밀리에 계획하던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과 이에 대한 러시아 참모부의 대응 전략 등 ‘일급 기밀’ 문서들도 유출됐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유출의 배후에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특정 세력이 우크라이나와 미국, 나토의 노력을 망치기 위해 고의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NYT는 “이번 유출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경로를 차단할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유출된 문서에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가 실제보다 많고 러시아군 전사자 수는 적게 나와 있는 등 일부 정보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왜곡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문건 유출이 러시아의 소행이며 유포된 내용은 허위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국의 대반격 작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는 취지다.
반면 러시아에선 문건에 나온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러시아 정부 발표보다 많다며 이번 문건 유출이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서방 정보 당국의 책략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