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감청 정보가 담긴 미국 정보기관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이스라엘 프랑스 같은 미 우방국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문건 내용을 부인했다. 전황이 노출된 우크라이나는 군사 계획을 변경하고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
9일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출된 기밀문건 가운데 정보기관 모사드가 정부 ‘사법부 무력화’ 조치에 대한 반대 시위를 종용했다는 내용에 “거짓되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외신들은 유출 문건 중 ‘최고 기밀’ 문서에 올 2월 모사드 고위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비난하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정부의 사법 조정 입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신호정보(SIGINT·시긴트)로 파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시긴트는 통화나 전자 메시지를 도·감청해 수집한 정보를 말한다.
프랑스도 ‘프랑스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됐다’는 문건 내용을 반박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일간 르몽드에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유출 문건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프랑스와 미국 영국 라트비아의 특수작전 요원 100명 미만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문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감청된 정황이 나타난 우크라이나는 군사 계획을 바꾸고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섰다고 미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놀라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문건 유출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다섯 개의 눈·Five eyes)’를 구성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번 기밀 유출로 자국 정보원 노출 같은 정보자산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국가 당국자는 CNN에 “우리가 수집한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유출) 문서들을 자세히 분석 중”이라며 “미국이 며칠 내로 문건 유출로 인한 피해 분석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들의 대화를 감청한 정황이 담긴 문건 유출에 “한국이 한미 관계에서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탓”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10일 사설 ‘한국은 감시·통제 당하는 느낌을 즐길 리 없다’에서 “한국은 미국 첩보·감시 활동의 중대 피해 지역”이라며 “한국 자주성과 권리를 미국이 뼛속 깊이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 앞잡이가 돼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의 ‘위호작창**’이란 성어를 썼다. 한국은 미국에 동조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설은 또 이번 사태를 “파이브 아이즈의 악몽”이라고 한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비밀 누설은 미 동맹체제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더욱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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