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내린 먹는 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 금지 판결에 불복해 10일(현지 시간) 항소했다. 미국 내 400여 제약회사도 항의 성명을 내놓는 등 낙태권을 놓고 분열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법무부는 텍사스주 연방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5순회 항소법원에 제출했다.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미국에서 사실상 유일한 경구용 낙태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취소하라고 결정한 지 사흘 만이다.
법무부는 항소장에서 이번 판결이 “기이하고 전례 없는 결정”으로 “모든 주에서 미페프리스톤이 합법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에 따른 피해는 전국에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이자를 비롯해 미국에 있는 유명 제약회사 400여 곳도 이 판결에 항의하는 공개 서한을 이날 발표했다. 이들은 “(텍사스) 법원 결정은 수십년 동안 쌓아 올린 과학적 증거와 법적 선례를 무시하며 의료 혁신에 초점을 맞춘 전체 제약업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공개 서한에 서명한 제약회사 중 미페프리스톤 생산업체가 없다는 것에 주목하며 “이번 판결이 낙태권을 넘어 모든 의약품 규제 기반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같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주)’들은 긴급히 낙태약 재고 비축에 나섰다. 10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효과는 비교적 낮은 다른 임신중절약 미소프로스톨 200만 회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경구용 임신중절약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미소프로스톨 1만5000회 분을 긴급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린 이후 낙태의 자유에 대한 대립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올 1월 FDA는 주(州)법 적용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경구용 임신중절약을 일반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텍사스주 연방법원 판결로 임신 중절약마저 존폐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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