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회복의 길이 험난해지고 있다.”(피에르 올리비에 고랭샤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11일(현지 시간) 공개된 IMF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는 이전 보고서와 달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 확산 경고음이 눈에 띄게 커졌다. 고랭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급격한 통화 긴축 정책의 부작용이 금융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UBS에 인수된) 글로벌 대형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불안한 투자자들이 다음 약한 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추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 부문 신용 경색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도 25%가량인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 위기 확산으로 대출이 줄면 투자와 소비도 함께 감소하며 경기가 급속히 둔화한다. IMF 시나리오 테스트에 따르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경제가 신용이 경색돼 ‘중간 정도’ 위험이 제기되면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는 이날 내놓은 2.8%에서 0.3%포인트 더 내려갈 수 있다.
주요국 신용 경색이 심화돼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가치가 급등해 신흥국 자본 유출 같은 복합 위기 형태로 확산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확률도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 이래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해는 1차 오일쇼크(1973년), 2차 오일쇼크(1981년, 1982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2020년) 등 5차례뿐이었다.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질 확률도 15%로 전망됐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은행 위기는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에서 은행 위기 확산에 따른 신용 경색은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10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3월 소비자 설문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8.2%가 ‘1년 전보다 신용(대출)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해 2013년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