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광역자치단체장이 지난 11년 동안 내연녀와 음란 메일을 주고받으며 불륜을 한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선거에서 승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매체 ‘일간 겐다이’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일본에서는 9개 도부현(광역단체) 지사 선거와 41개 도부현 의원 선거가 동시에 진행됐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수도권 가나가와현의 쿠로이와 유지(68) 지사는 일본의 자민당, 공명당, 국민민주당의 추천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선거에서 총 193만 3753표를 획득, 다른 3명의 후보자를 큰 표 차이로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쿠로이와 지사의 재선이 확정되자 일본 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로이 지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선거 직전 쿠로이와 지사의 불륜 추문이 공개됐음에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지난 5일 선거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구로이와 지사의 불륜 스캔들을 보도했다. 해당 스캔들은 그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1년 동안 내연관계였다는 여성의 폭로가 주된 내용이었다.
보도 내용 중에는 구로이와 지사가 내연녀에게 보낸 외설적인 메일이 화제를 모았다. 음담패설과 저속한 표현이 그대로 담겨 있고 심지어 내연녀에게 성인비디오 구매를 요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 불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쿠로이와 지사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 “10년 전의 일인데, 사적인 일로 여러분에게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며 “가나가와현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됐다.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이와 지사의 재선 성공에 일본 매체들은 ‘일본에서 최악의 선거’, ‘11년 동안 불륜한 쿠로이와에 현청에 쇄도하는 불만 전화’, ‘쿠로이와 당선에 부끄러운 현민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집중 보도했다.
쿠로이와 지사의 소속당인 자민당의 관계자는 “불륜 보도가 좀 더 일찍 나왔으면 결과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후보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구원을 받았을 뿐이다. 유권자들은 고뇌에 찬 선택을 강요당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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