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2월28일·3월1일 문건 유출 확인…유출 경위 샅샅이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2일 17시 50분


미국 기밀 문건 유출의 직접 당사자로 꼽히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현지 시간) 현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고 미국을 안전히 지키려는 노력을 무엇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출 원인과 경위를 찾을 때까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도 했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의 보도로 유출 파문이 알려진 후 오스틴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언제,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 지금은 모른다”며 “(유출) 경위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출 문건이 올 2월 28일, 3월 1일자 자료라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물론 한국,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이집트 등 문건에 등장한 주요국들은 모두 “문건 일부가 가짜”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NYT는 “대부분 진본이며 조작된 일부 또한 애초 유출본은 수정 없이 게재됐다”고 보도해 바이든 행정부와 동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유출 과정을 조사하는데도 최소 수 개월이 걸리는 등 당분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즉 ‘바이든 독트린’의 핵심인 ‘동맹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진단했다. 특히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선 동맹과의 신뢰 및 정보 공유 약화가 큰 타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망 및 무기 보유 현황 등으로 미국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자체 진단했다는 정황이 이번 유출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초 올 봄 러시아군에 대반격을 실시하려던 우크라이나군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치매체 더힐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대반격 시점을 당초 알려진 올 봄이 아닌 ‘올 여름’으로 늦춰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건 유출로 러시아군을 감시하던 미국의 정보 수집망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고, 그간 실시간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제공됐던 미국의 정보 또한 예전처럼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유출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특수부대 97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도 서방 주요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트위터에 “기밀 문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성을 보인다”고 썼다. 다만 어느 부분을 거론하는 것인지는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유출이 올 1월부터 게이머에게 인기가 많은 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단체 채팅방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영국 탐사매체 ‘벨링켓’의 9일 보도 또한 힘을 얻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군사 정보에 민감한 게이머들이 논쟁을 벌이다 기밀이 새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2020년 이후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워 선더’ 대화방에서 무기 관련 기밀 문건이 유출된 사례만 10건 이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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