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문건 최초 유출자가 ‘OG’라는 닉네임을 쓰는 20대 초중반의 미 남성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는 자신을 미군 기지에서 일한다고 주장했으며 유출 경로로 지목된 게이머 위주의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에서 300건 이상의 기밀문건을 올렸다고 WP는 전했다. OG는 2019년 ‘서그쉐이커센트럴’이란 군사 유튜버 중심의 채팅방을 만들어 좌장처럼 행동해 왔다.
WP가 두 명의 해당 채팅방 참여자를 인터뷰한 결과, OG는 종종 극우 성향을 과시했고 “미 정보기관이 시민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사격장에서 대형 라이플을 들고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욕설을 뱉으며 목표물을 향해 발사하는 동영상도 올렸다. 미국이 우방국을 감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감을 보였다.
참여자들에 따르면 OG는 지난해부터 매주 꾸준히 기밀문건을 채팅방에 게재했다. 초기에는 한 줄 한 줄 직접 타이핑해 올렸지만 다른 회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을 느낀 뒤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문건이 올 2월 말부터 다른 채팅방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지난달 중순부터는 공유를 멈췄다.
OG는 자신이 미군 기지에서 일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올린 문서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기의 예상 궤적, 미 고고도정찰기 ‘U-2’로 찍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가 상세히 담긴 표 등도 있었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미 당국의 신원 조사를 통과한 인물만 볼 수 있는 정보여서 실제로 미군과 관련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참여자는 “OG는 똑똑한 사람이다. 우발적 유출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WP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모두 OG의 실명과 거주지를 알지만 당국이 그의 신원과 소재를 찾아내기 전에는 먼저 공개하지 않겠다며 충성심을 보였다.
OG는 참여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 이 채팅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 후 미 당국이 문건 유출을 본격적으로 수사하자 OG는 채팅방 참여자들에게 “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숨기고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사라졌다. 한 참여자는 “그는 삼촌이나 아버지 같았다. 가족을 잃은 것 같다”며 상실감을 드러냈다.
‘서그쉐이커센트럴’ 회원 중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적자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인이 존재했다. 25명의 회원 중 절반이 해외 거주자였으며 옛 소련과 동유럽 국가 출신들이 특히 문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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