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법 공포뒤 대국민 연설
“100일뒤 평가 받겠다” 시한 명시
새로운 개혁으로 국면 전환 해석도
野 “현실과 동떨어져”… 勞 파업 예고
올해 1월 연금개혁안 공개 후 3개월 만에 입법을 마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법 공포 뒤 첫 대국민 연설에서 직장,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가지 추가 개혁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 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까지 첫 번째 성과를 내놓겠다”며 시한도 명시했다.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법에 반발하는 국민이 많지만 오히려 신규 개혁의 달성 시점까지 못 박으며 ‘개혁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조차 보험료율 인상 같은 낮은 단계의 연금개혁조차 추진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프랑스의 움직임이 한국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100일간 프랑스 위한 개혁 시행”
마크롱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13분짜리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 앞에는 프랑스를 위해 평화와 단결 속에 야망을 갖고 행동할 100일이 있다”며 향후 100일간 근로 여건, 이민, 교육 및 보건 등 3대 개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앞서 주말인 15일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한 연금개혁법에 서명함으로써 6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첫 대국민 연설이라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레 추가 개혁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의 세부 내용 대신 “7월 14일 첫 번째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구체적 시한을 밝히며 강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7월 14일은 프랑스 혁명 기념일로, 프랑스 정치에서 종종 이정표가 되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혁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추가 개혁을 띄운 것을 두고 새로운 개혁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 ‘직장 생활에 대한 새로운 협약’을 중심으로 근로 여건 개혁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임금, 경력 설계, 근무 조건, 노인 고용, 전문 재교육에 대한 개혁이 이에 포함된다. 그는 이를 통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면 연금개혁에 강하게 반발하는 노동조합을 다독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월 국가재건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선출직 공무원과 정치인들, 노조에 국가재건위 구성을 요청할 것”이라며 “집권당이 국회에서 다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행동력에 의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국민 분노 이해하지만 필요한 개혁”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 반발 속에 의회 표결조차 건너뛰고 연금개혁법을 처리한 점에 대해 “수개월간 논의했는데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년 연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미래 세대의 빚이 늘어나는데 연금을 줄이거나 납입금을 높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개혁의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연금개혁 반대 시위를 언급하면서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를 닫을 수는 없다”며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들과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원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Nupes)의 주축인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글을 올렸다. 12년 만에 연합 전선을 구축한 8개 주요 노조는 노동절인 5월 1일 프랑스 전역 파업을 예고했고, 이에 앞서 철도 관련 4개 노조는 그 준비 단계로 27일을 ‘철도 분노 표출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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