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불이 나 입원 환자와 간호사 등 29명(19일 오후 3시 기준)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병원이 사고 한 달여 전 대대적인 화재 대피 훈련을 하고도 화재를 막지 못했고 사고 후엔 늑장 대처를 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18일 오후 12시 57분쯤 베이징 펑타이구 창펑(長峰)병원의 입원동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소방대에 의해 36분 만인 오후 1시 33분쯤 진화됐다. 하지만 입원환자 26명, 간호사 1명, 간호도우미 1명, 환자 가족 1명 등 총 29명이 사망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베이징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당시 입원동에서 건물 개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불꽃이 가연성 페인트 등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밝혔다. 불이 난 입원동에 중증 환자가 많았던 점도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꼽혔다.
병원의 화재 대처 시스템도 엉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경보도 부실해 당시 병원 내에 있던 일부 환자 가족들은 불이 난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지난달 초 화재 대피 훈련 등을 진행했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때문에 “보여주기 식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19일 병원장과 부원장 등 12명을 긴급 체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왔던 화재 당시 영상과 사진이 대거 삭제돼 검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들 사진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불길을 피해 건물 벽에 달린 에어컨을 딛고 대피를 시도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들 사진 대신 진화 후 검게 그을린 병원 외벽 사진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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