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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no time to be on the sidelines.” (지금 방관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 달 미국의 졸업 시즌이 시작됩니다. 한국과 학제가 다른 미국에서는 주로 5월에는 대학, 6월에 고교 졸업식이 열립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 때문에 못 열렸던 대면 졸업식이 재개되면서 올해 졸업생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습니다.
졸업식의 꽃은 축사입니다. 학교들은 졸업식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유명 인사에게 축사를 맡깁니다. CNN 통계에 따르면 인기 높은 연사들은 시즌당 다섯 건 이상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기 연사입니다. 지금은 대통령이 돼서 많이 자제하지만, 상원의원 시절에는 불러주는 곳마다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모교인 델라웨어대 연단에는 1978년, 1987년, 2004년, 2014년, 2022년 등 다섯 차례나 섰습니다. 지난해 졸업식에서는 대통령이 됐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마음속에 담아뒀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2015년 맏아들 보 바이든이 세상을 떠난 뒤 모든 정치적 야망과 의욕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를 보고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더는 구경꾼으로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스포츠에서 유래한 ‘on the sidelines’는 ‘출전선 밖으로 나가다’ ‘게임에 참가하지 않고 지켜보다’라는 의미입니다. “he is sidelined”처럼 동사로 쓰면 “주목받는 자리에서 밀려나다”라는 뜻이 됩니다.
미국 졸업식의 특징은 ‘셀럽’ 연설자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학생과 가족, 대학 당국은 연예인이 연설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보기 때문에 어떤 분야든 성공한 인물의 연설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셀럽 연사들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연설, 지루하지 않은 연설로 인기가 높습니다. 졸업식을 빛낸 셀럽 연설을 알아봤습니다.
If I am going to fall, I don’t want to fall back on anything except my faith. I want to fall forward.” (만약 내가 넘어진다면 종교적 신념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앞으로 넘어지고 싶습니다)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은 졸업식 시즌마다 섭외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연예인 중 한 명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업적, 깨끗한 이미지, 정확한 발성 등이 그가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워싱턴이 연단에 선 것은 2011년 펜실베이니아대, 2015년 딜러드대 등 두 차례뿐입니다. 두 번 모두 열정적인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워싱턴은 명예박사 학위도 받은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에서 ‘fall forward’(앞으로 넘어져라)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습니다. 졸업식에서 넘어질 것을 권하는 연설은 흔치 않지만 반대 의미의 ‘fall back on’(뒤로 넘어지다)과 함께 묶어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fall back on’은 ‘힘든 상황에 대비해 안전판을 마련해두다’라는 뜻입니다. 미국 부모들은 무작정 꿈을 좇는 자녀에게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라는 뜻에서 “you need something to fall back on”(뒤에 기댈 곳이 필요하다)이라고 충고합니다.
“앞으로 넘어져라”라는 워싱턴의 충고는 뒤에 안전판을 두면 앞을 향해 전력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입니다. 뒤로 자빠져도 기댈 곳이 없다면 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메시지입니다.
It was so important for me to lose everything because I found out the most important thing was to be true to yourself,” (모든 것을 잃는 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나다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토크쇼 진행자이자 코미디언인 엘렌 드제너러스는 뉴올리언스 출신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자 그녀는 이 지역에 있는 툴레인대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4년 뒤 다시 졸업식에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해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 때 다시 연단에 서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2009년 그녀는 다시 툴레인대 연단에 섰습니다.
드제너러스는 처질 수 있는 졸업식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흰색 목욕가운을 입고 “만약 여러분이 아침 10시에 이 가운을 입고 있다면 볼 장 다 본 것”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졸업한 뒤 가운을 입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는 실업자가 되면 안 된다는 충고였습니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동성연애자인 드제너러스는 자신이 받았던 차별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1997년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후 몇 년 동안 일거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true to yourself”는 “자신에게 진실하다”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지만 진지하게 자신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메시지입니다.
You can fail at what you don’t want, so you might as well take a chance on doing what you love.”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일에 기회를 걸어봐야 합니다)
2014년 코미디언 짐 캐리는 아이오와주 페어필드에 있는 마하리쉬대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그의 주특기인 다양한 몸개그를 선보이자 졸업식장에서는 폭소가 터졌습니다. 캐리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그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족애였습니다.
캐리는 아버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버지 역시 꿈은 코미디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회계사라는 안전한 직업을 택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캐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코미디 클럽까지 태우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되면서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캐리는 꿈을 접었습니다. 힘들게 재취업을 한 아버지는 캐리에게 다시 코미디언에 도전하도록 격려했습니다. 캐리는 코미디언 클럽에 다니면서 가족을 돕기 위해 하루 8시간씩 타이어 공장에서 청소부와 경비원으로 일했습니다.
캐리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대개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안정된 미래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직업조차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명언의 품격
마블 히어로 ‘블랙 팬서’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스만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은 단순히 그가 재능있는 배우여서가 아니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보스만에게 목표는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것이었습니다. 2018년 그의 모교인 하워드대 졸업식에서 색다른 축사를 했습니다. 대다수 졸업 연설이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스만의 연설은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상태였던 그는 “목표를 가진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했습니다.
You would rather find purpose than a job or career. Purpose is an essential element of you. It is the reason you are on the planet at this particular time in history. Whatever you choose for a career path, remember, the struggles along the way are only meant to shape you for your purpose.” (직업이나 커리어를 택하기보다 목표를 찾으세요. 목표는 당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역사의 이 특별한 순간에 당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진로를 택하든 기억하세요. 앞으로 만나게 될 고난은 목표에 도달하도록 당신을 성숙시켜 주는 과정입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뉴욕시가 연봉 2억여 원(12∼17만 달러)을 내걸고 모집한 ‘rat czar’(쥐 퇴치 책임자)에 전직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캐슬린 코라디라는 여성이 임명됐습니다. 그녀는 시 교육부에서 일할 때 학교 쓰레기 배출을 줄여 쥐 개체 수 증식을 억제하는 공로를 세운 바 있다고 합니다.
쥐와의 전쟁은 뉴욕의 절박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6만여 건의 쥐 목격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2021년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점의 실내 영업이 제한되면서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쥐가 늘어난 주요 원인입니다. 뉴욕의 쥐 퇴치 정책을 진두지휘할 코라디 책임자의 소감입니다.
I look forward to sending the rats packing.” (쥐를 몰아내기를 고대한다)
‘send packing’은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send’는 ‘보내다’라는 뜻이고, ‘packing’은 ‘짐을 싸다’라는 뜻입니다. ‘send packing’은 ‘짐을 싸서 보내다,’ 즉 ‘내쫓다’ ‘해고하다’라는 뜻입니다. “I wanted to live alone, so I sent him packing”이라고 하면 “나는 혼자 살고 싶어서 그를 쫓아냈다”라는 뜻입니다. 원래 사람에게 쓰는 말인데 코라디 책임자는 쥐를 상대로 쓴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런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2월 23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실력은 부족합니다. 그래도 적재적소에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연설을 할 줄 압니다.
앞으로 미국을 이끌어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 실력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1970년대 정계에 진출한 그의 주요 연설 들을 살펴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화려하고 감동적인 연설에 능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f you’re giving me the honor of serving as your President, clear the decks for action.” (만약 여러분이 나에게 대통령으로 봉사할 기회를 준다면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겠다)
지난달 말 조지아주 웜스프링스 유세 연설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수차례 인용했습니다. ‘clear the decks for action’은 대공황과 싸웠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주 했던 말입니다. ‘전투를 위해 갑판을 치우다’라는 뜻입니다.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의미입니다.
People ask if I can compete with the money of Hillary and Barack. I hope at the end of the day, they can compete with my ideas and my experience.” (사람들이 나에게 ‘힐러리와 버락의 자금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두 명이 내 생각과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일 것이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립니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이 모두 출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와 힐러리에 밀려 일찍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래도 출마 발표 때만 해도 꿈은 다부졌습니다. 오바마와 힐러리보다 자신이 앞서는 점은 오랜 정치적 경륜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t the end of the day’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 즉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Make sure of two things in Washington DC. Be careful, microphones are always hot, and understand that a gaffe is when you tell the truth.” (워싱턴에서는 두 가지만 기억해라. 마이크는 언제나 뜨겁다, 그리고 말실수는 진실을 말할 때 생기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2년 부통령 시절에 한 기자 모임에서 워싱턴에서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유머를 풀어놓았습니다. ‘hot mic’(핫 마이크)는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공개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가 창피를 당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명이 ‘gaffe machine’(말실수 기계)일 정도로 말실수를 자주 합니다. 말실수 속에 진실이 담겨있다고 변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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