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군 수송기-청해부대 급파… 707특임대 첫 해외 철수작전 투입
인근국가 지부티까지 1200km 거리, 이동방법 미정… ‘뱃길구출’도 논의
美-사우디, 자국민 탈출작전 성공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9일째 이어지며 현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에 위협이 커지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탈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이 탄 공군 수송기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를 현지로 급파한 뒤 교민 28명 대피 작전에 돌입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은 이미 자국민 탈출을 마쳤거나 시도하고 있다.
● 교민 안전 위해 동선 비공개
23일(현지 시간) 수단 내 한국 교민 28명은 수도 하르툼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우선 모였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단 국적인 1명은 군 수송기를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사관으로 오지 않았고 28명만 있는 상황”이라며 “28명 모두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후 동선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상세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며 “교민들은 전원 안전하게 집결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능한 이동 경로를 확보한 뒤 교민들을 모두 안전지대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는 22일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수송기에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병력과 공군 공정통제사(CCT), 조종사, 정비사 등 50여 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지부티에 머무르며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전략 차원의 대테러 대응 핵심 부대인 707 특임대가 해외에서 재외국민 철수 작전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미군기지는 하르툼에서 직선거리로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모처에서 대기 중인 교민들을 수단에서 지부티까지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이 지부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육로나 항공편 등을 모두 알아보고 있다”며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한 교민들을 공군 수송기에 태워 이륙시킨다고 해도 안전 문제로 한참 뒤에야 이륙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수송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수송기를 이용한 구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이용한 ‘뱃길 구출’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미국 사우디는 일부 대피작전 완료
각국 정부도 재빠르게 자국민 탈출을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 하르툼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수단을 빠져나온 미국인은 7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수단 미국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하지만 수단 국민과 그들이 원하는 우리의 헌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분쟁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날 수단에 있던 자국민 91명을 포함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12개국 국민 157명이 수단을 벗어나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르툼에서 동북쪽으로 약 84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을 이용한 뱃길을 통해 수단을 탈출했다.
이 밖에도 요르단과 프랑스, 네덜란드 역시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지부티 미군기지에 수송기를 파견한 일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탈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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