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극단주의자들이 자유 위협”
재선 출마 선언서 反트럼프 기조
트럼프 “바이든, 가장 부패한 대통령”
곧바로 비난 성명 내며 맞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재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4년 만의 재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두 사람이 내년 대선에서 맞붙으면 미 대선 역사상 같은 후보들이 벌이는 두 번째 ‘리턴 매치’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마 선언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극단주의자들이 나라 곳곳에서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AGA는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 당시 구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곧바로 비난 성명을 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국에서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다. 이토록 재앙적이며 실패한 대통령의 재출마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 바이든 ‘反트럼프’ 전선 강화할 듯
현재 집권 민주당 내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위협할 만한 후보가 없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가 유력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최근 기소된 뒤 보수층이 결집하며 올 초까지 상승세를 탔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배가량 앞서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메리앤 윌리엄슨이 출마를 선언했지만 현직 대통령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진보 진영의 대부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81)까지 한때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2024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재선을 막는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22일 미 NBC방송이 공개한 14∼18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대통령의 양자 대결이 펼쳐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의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P는 미 대통령들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하지만 현재 바이든 대통령처럼 지지율이 낮은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호감도가 높다는 게 주요 외신들의 분석이다. NBC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에 대한 긍정 평가가 38%, 부정 평가가 48%로 나타났는데 트럼프의 경우 ‘긍정’이 34%, ‘부정’이 53%였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反)트럼프’ 여론을 자극하는 쪽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내다봤다.
● 바이든은 고령, 트럼프는 사법 리스크가 약점
이미 81세로 미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인 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걸림돌이다. NBC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 69%가 ‘고령’을 이유로 들었다. 또 차남인 헌터 바이든이 탈세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 국세청의 차남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부 고발까지 나왔다. 고물가와 아프가니스탄 철수 논란 등도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NYT는 다시 커지고 있는 낙태권 논쟁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간선거 때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에 반발하는 표심이 승패를 갈랐다. 최근 끊이지 않는 총기 참사로 촉발된 총기 규제 요구도 공화당에 부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성인영화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해 뒷돈을 준 혐의로 기소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기소가 극우 여론을 결집시켜 당내 경선에선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대선 본선에선 중도층과 무당파의 외면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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