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열린 국제 행사에서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 직함이 행사 개막 직전 ‘전 타이베이(臺北) 지도자’로 바뀌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만 언론은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26일 대만 쯔유(自由)시보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이날 그리스 델파이에서 열린 델파이경제포럼 연례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었다. 포럼 측은 공식 홈페이지 연설자 소개에서 마 전 총통을 ‘전 대만 총통(Former President of Taiwan)’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행사 전날인 25일 직함이 ‘전 타이베이 지도자(Former Leader of Taipei)’로 바뀌었다. 국제 행사에서 초청 인사 직함을 갑자기 바꾼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포럼 측은 직함 변경 사실을 마 전 총통 측에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스포츠 문화 경제를 비롯한 각종 국제 행사에 ‘대만(Taiwan)’이라는 명칭과 국가 수장을 뜻하는 ‘총통(President)’이라는 직함이 쓰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해서다. 중국은 대만이 국가가 아니고 중국 일부이므로 대만 대신 도시 이름인 타이베이, 총통 대신 지도자(Leader)라고 쓰도록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만은 올림픽에도 ‘차이니스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친중 성향 마 전 총통이 중국 본토를 방문했을 때도 중국공산당 간부들은 ‘마 선생’ 또는 ‘마잉주 씨’로 불렀고 중국 매체들도 ‘전 타이베이 지도자’라고 썼다.
쯔유시보는 “직함 변경은 중국의 대만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행사 주최 측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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