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초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조율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조치를 취소하고 우대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의 다음 달 초 방한에 대해 양국이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최종 확정 단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방한 일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29일 이집트로 출국해 아프리카 순방 뒤 다음 달 5일 일본으로 귀국한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5월 7, 8일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조율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다음달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여름쯤에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는 것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 감사하는 등 한미일 협력이 가속화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행보가 빨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9일 일본 언론사 간부들과의 만찬에서 “이번엔 내가 (한국에)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방한이 성사될 경우 윤 대통령이 3월 도쿄를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지 1개월 반 만에 기시다 총리가 답방을 하게 된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2021년 10월 취임 이후 첫 방한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뒤 5년여 만이다.
다만 3월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제3자 변제 해결책을 내놓은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을 수출무역관리령 화이트리스트 국 가로 추가하기 위한 정령(시행령) 개정안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경산성 측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진행하며 한국 수출관리 체제 등을 검증한 결과 일본과 동등한 수준의 실효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소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귀는 그 후속 조치다. 산업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본의 정령 개정 의견 수렴 절차 개시를 환영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조속히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산성은 지난달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철회한 바 있어 강제동원 판결 보복 조치로 시행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이로써 모두 해제된다. 3년 9개월간 이어진 한일 수출 규제 갈등은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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