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30대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현지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친구가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현지 경찰에 출석할 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대만 현지 언론인 대만연합보 등에 따르면 A 씨(32)는 전날 친형과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오슝시 첸진구 관할 경찰서에 출석했다. 그는 출두 당시 검은색 상의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여자친구를 살해했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만 검찰은 현재 A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법원은 A 씨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10만 대만달러(약 440만 원) 보석금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하지만 그는 8개월 대만에서 출국금지명령으로 출국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24일 오후 1시 30분경 벌어졌다. 남부 가오슝 첸진지구의 한 비즈니스호텔 객실에서 한국인 여성 B 씨(31)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는 것을 남자친구인 A 씨가 최초로 발견해 신고했다. 이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 씨와 B 씨는 자유여행을 위해 지난 22일 대만에 도착했으며 25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A 씨는 현지 경찰과의 조사에서 “여자친구와 객실에서 술을 마시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자친구가 침대에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다. B 씨를 부검한 결과 숨진 B 씨의 머리와 팔, 다리에서 둔기에 맞았거나 벽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는 타박상이 발견됐다. 호텔 방 안에서는 혈흔 두 점이 나온 것이 확인됐다.
A 씨는 사건 다음 날 B 씨의 짐가방을 서둘러 한국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이 증거 인멸을 위한 행동이라는 의심을 샀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귀국 비행기표를 이미 구입한 데다 사망한 여자친구의 유해를 추후 고국으로 인도할 때 수하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여자친구 짐부터 한국으로 부친 것”이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B 씨의 짐가방 등은 대만으로 다시 돌아갔고, 대만 법의학센터의 조사가 이뤄질 방침이다. B 씨의 시신은 화장 뒤 가족에게 인계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만 현지 수사당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고 우리는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개인적인 신상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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