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향한 ‘봄철 대반격’을 예고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와 남서부에서 1~3일 사흘 연속 우크라이나 측의 ‘사보타주’(파괴 공작)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에도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내 석유저장 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불탔다.
러시아도 경계를 강화하는 등 양측의 군사적 긴장 또한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노린 드론이 이날 오전 2시경 크렘린궁을 공격해 2번의 폭발이 있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무사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부터 거듭된 러 대상 공격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3일 크림반도와 인접한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 타만반도 내 석유 저장시설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최소 1200㎡가 불탔으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에도 크림반도 내 세바스토폴의 석유 저장시설에서 무인기 공격으로 인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2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의 한 철로에서 미확인 폭파 장치가 터지면서 석유와 목재를 운반 중이던 화물열차 기관차 1대, 철도 차량 20량이 탈선했다. 1일에도 브랸스크주에서 폭발에 따른 탈선 사고가 발생해 열차 차량 7량이 탈선하고 기관차가 불에 탔다.
연이은 공격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군의 군수 물자 및 연료 보급을 방해하기 위해 석유 시설과 철도를 집중 공격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의회는 2일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연장하는 대통령령을 승인했다. 내무부 또한 최다 4만 명으로 구성된 8개 여단을 신규 편성했다고 밝혔다. 모두 자원자로 구성됐고 신병, 경찰관, 과거 러시아군과 싸운 경험이 있는 참전 용사 등이 참여했다.
러, 전승절 행사 취소하며 경계 강화
러시아 또한 경계를 강화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9일 전승절을 맞아 전국에서 대대적인 열병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속속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2일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44㎞ 떨어진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는 “안전 우려로 전승절 열병식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크림반도, 벨고로트, 쿠르스크, 보로네시, 오룔, 프스코프주 등도 행사를 취소했다. 다만 큰 의미를 지닌 전승절 행사를 취소한 것은 러시아 스스로 군사적 취약성을 시인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AP통신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포탄,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3억 달러(약 39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무기 지원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우크라이나가 봄에 수행하길 원하는 공격 작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거의 100%를 (미국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평화협상 주재 노력에 관한 질문에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 및 독립에 대한 인식이 시작”이라며 모든 평화 협정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보는 등 중국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휴전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서방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배후를 두고도 대립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3일 영국 BBC는 최근 제작된 TV 다큐멘터리를 인용해 폭발 당시 인근에 러시아 해군 선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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