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격당한 크렘린궁… 러 “대대적 보복” vs 우크라 “러 자작극”
러 “우크라, 푸틴 암살 노려 공격”… 핵 보복 언급하며 “美가 배후”
모스크바 당한건 2차대전후 처음
유럽 순방 젤렌스키 “공격 안했다”… 러 무인기 20여기 키이우 등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인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미국이 공격 배후를 둘러싸고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측은 4일 “미국의 사주를 받은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보복을 천명했다. 일각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제거를 거론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맞선다. 이번 사태가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2일 모스크바의 대통령 관저(크렘린궁)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둘러싼 양측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며 극단적 보복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예고한 상황에서 양측이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확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 진위 공방 속 메드베데프 “젤렌스키 제거”
러시아 측은 대대적인 보복을 천명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4일 “공격의 배후에 분명히 미국이 있다. 사건을 부인하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시도는 완전히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응할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3일 텔레그램에서 “젤렌스키와 그 파벌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 또한 “우크라이나 테러 정권을 저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 사용을 요구할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같은 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북유럽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핀란드에 이어 예고 없이 네덜란드를 깜짝 방문하는 등 유럽 주요국을 돌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3일 “평가하긴 이르지만 러시아는 분명 ‘가짜 깃발’ 작전을 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 깃발 작전이란 공격 빌미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공격을 조작하는 전략을 말한다. ISW도 최근 러시아 방공망에 무인기 2대가 침투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사건 직후 러시아가 사전 조율된 듯 대응했다는 점을 들어 자작극 가능성에 동조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에 ‘크렘린궁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모스크바 심장부가 뚫렸다는 점이 밝혀지면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적군이 모스크바를 공격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이 마지막이었다.
● 우크라선 ‘불타는 크렘린궁’ 우표 논의
러시아가 2차대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9일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곳곳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4일 20여 기의 무인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을 공격했다. 이 중 18기는 격추됐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관 또한 “러시아 미사일 공격의 위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데이비드 캐틀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보·안보담당 사무차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저 케이블을 비롯한 핵심 기반 시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은 현 사태를 꼬집기 위한 ‘기념 우표’ 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3일 이호르 스밀랸스키 우크라이나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타는 크렘린궁’ 기념 우표를 발행할 생각이 있다며 관련 도안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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