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진행된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 의식이 진행되는 1시간 내내 3.6㎏ 보검을 의연하게 든 50대 여성 정치인이 주인공 찰스 3세 이상으로 주목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페니 모돈트(50) 추밀원(군주제 국가에서 군주의 자문기관) 의장이 이번 대관식을 통해 크게 주목받으면서 그가 차기 보수당 대표에 오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돈트 의장은 6일 열린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영국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보검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돈트 의장은 대관식이 진행되는 51분 동안 길이 121㎝, 무게 3.6㎏에 달하는 영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보검을 한치의 흔들림 없는 자세로 들고 서 있었다.
모돈트 의장이 든 보검은 왕의 권력과 선악을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상징물이다. 이 검의 칼자루에는 다이아몬드·루비·에메랄드가 박혀있다. 칼집은 장미와 엉겅퀴, 토끼풀 등을 상징하는 꽃 자수가 들어간 장식으로 꾸며졌다.
모돈트 의장은 이번 대관식을 위해 체력단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돈트 의장은 “보검을 들고 있기 위해 팔굽혀펴기 훈련을 했다”며 “무게가 똑같은 복제품으로 연습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모돈트 의장은 “해군에 복무했던 경험이 (이번 대관식 행사를)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모돈트 의장은 2019년 영국 최초 여성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전문가로 해군 예비역 출신이다.
모돈트 의장이 대관식에서 입은 파란색 의복은 영국 디자이나 사피아가 대관식을 위해 맞춤 제작한 옷으로 1195파운드(약 200만원)으로 알려졌다. 모돈트 의장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 대관식에서 보검을 전달할 때에는 전통적으로 검은색과 금색이 조합된 궁정복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색과 복장으로 관례를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관식 후 소셜미디어(SNS)에서 모돈트 의장의 의연함이 연일 화제가 됐다. TV 진행자 댄 워커는 “모돈트 의장을 올림픽에 출전시키자”고 했다. 노동당 에밀리 손베리 의원은 “검을 든 자가 쇼(찰스 3세 대관식)를 훔친다”고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모돈트 의장은 지난해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리시 수낵 현 영국 총리와 경쟁했던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모돈트 의장은 낮은 인지도로 인해 발목을 잡혔지만, 이번 대관식을 통해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 스타 정치인으로 거듭났다는 분석도 있다.
모돈트 의장은 대관식이 끝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보검을 들고 있던 사진을 함께 올리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대관식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군인, 경찰관 등 안전을 위해 몇 시간 동안 걷거나 서 있던 이들에 비해 내 일은 오히려 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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