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기난사 목격자 증언
“아이가 ‘엄마가 다쳤다’고 소리쳐”
아이 생일선물 바꾸러 갔다 참변
한인 교포인 윌리엄 조 군(6)은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바꾸러 차에서 내려 아웃렛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엄마와 아빠, 세 살 남동생과 함께 주차장을 가로지르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 군은 누군가 다급히 자신을 감싸안는 것을 느꼈다. 총소리가 잦아들자 전직 경찰 스티븐 스페인하워 씨가 조 군 쪽으로 다가왔다. 스페인하워 씨는 아웃렛에서 일하는 그의 아들을 찾아 아웃렛으로 달려왔던 터였다.
“엄마가 다쳤어요!”
스페인하워 씨는 현지 언론에 “숨져 있던 여성을 뒤집으니 그 안에 어린아이가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려 했던 것 같다. 엄마가 숨졌단 사실을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군은 그날 아웃렛에 함께 간 가족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6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 8명 명단에는 조 군의 부모인 조규성 씨(38)와 강신영 씨(36), 그리고 동생인 제임스 조 군(3)이 포함돼 있다. 강 씨는 사망자 중 유일한 ‘엄마’로 스페인하워 씨 증언 속 아이가 조 군이라고 지인들은 전했다.
치과의사인 엄마 강 씨의 치대 동기는 페이스북에 “신디(강 씨의 영어 이름)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를 구하려 몸으로 총격을 막고 희생됐다. 악마가 6세 아이에게서 가족을 앗아갔다”고 전했다.
조 씨 가족의 비극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8일 미국 후원 사이트인 ‘고펀드미’에는 사연이 올라온 지 18시간이 지난 현재 23만4000여 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모금액은 120만 달러(약 15억8900만 원)를 넘어섰다.
기부자들은 홀로 남겨진 조 군을 위한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힘들 때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길’, ‘굳세게 사랑 속에 크길 바라’,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을 잊지 말아줘’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조 군이 다니는 학교인 프레스턴우드 크리스천 아카데미는 성명을 내고 “가족 네 명 중 세 명이 천국에 갔고 아이가 남았다. 전 지역사회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씨 부부의 양가 부모와 형제들이 텍사스주에 거주하고 있어 조 군을 보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던 조 군은 중환자실에서 나와 회복 중이다. 병원에 다녀온 주변 지인들은 “유족들이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조 씨 부부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에 왔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인 조 씨의 로펌 소개란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댈러스에서 자란 이민자로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존경심,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여가 시간에는 두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즐긴다”고 돼 있다.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에 다니는 자매 소피아(8)와 대니얼라 멘도자(11), 엔지니어인 인도 여성 아이스와리아 타티콘다(26) 등 다른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추가로 알려졌다. 초등생 자매의 어머니도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6일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나치와 총기 난사 행위를 칭송하는 게시글을 다수 발견했다며 조 씨 부부가 살던 댈러스와 인근 지역에 최근 아시아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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