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은 정부 부채의 한도를 의회가 승인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이 많은 만성적인 재정적자 국가다. 탄탄한 국가 신용과 대표적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지만 추후 국채를 갚지 못하거나 이자 지급을 못 하면 ‘국가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과도한 빚을 내지 않도록 의회가 국가부채 상한선을 통제하도록 한 것이다.
미 의회는 조 바이든 정부 취임 첫해인 2021년 12월 협상을 통해 국가부채 한도를 2조5000억 달러(약 3340조 원) 늘린 31조4000억 달러(약 4경1878조 원)로 책정했다. 그러나 올 1월 다시 부채 한도에 도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시급성이 떨어지는 지출은 뒤로 미루는 등 특별 조치를 통해 일부 통제에 나섰지만 이마저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이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의회 지도부에 부채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로 미연방 정부가 ‘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의회 간 부채 한도 상향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1시간가량 만났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12일로 예정됐던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간 2차 회동도 15일 이후로 연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 한도를 조건 없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 조건으로 정부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은 디폴트 우려가 커지자 지출 삭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세부 내용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부채 한도 상향과 관련해 2년 동안 지출 수준을 제한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공화당이 백악관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연설에서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미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부채 한도 상향에 반대하면서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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